백지영, 北 김정은·리설주·현송월 만난 후일담…"도청되는 듯"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3.12.15 11:46  |  조회 2426
/사진=유튜브 채널 '백지영 Baek Z Young'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백지영 Baek Z Young' 영상

가수 백지영이 2018년 평양 공연을 다녀온 후일담을 전했다.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백지영 Baek Z Young'에는 '조금은 민감한 김정은 뒷이야기 (방북, 도청)'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백지영은 2018년 4월 남북평화 협력기원 공연 차 평양에 방문한 적 있다. 당시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를 불렀다.

백지영은 평양 공연곡에 대해 "(북한에서) 정해줬다. 왜 그 두 곡인지는 모르겠다. 그때 내가 알기로는 북한 정세가 숙청을 당하고 막 그랬다는 뉴스를 보고 난 다음에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라 하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다른 노래를 부르면 안 되겠냐고 물어봤는데 그쪽에서 그 노래를 원하셨다 해서 두 곡을 부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무대에서 느꼈을 땐 '잊지말아요' 반응이 훨씬 좋았다. 내가 노래를 부를 때 왠지 모르게 입술을 따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 자리 정도까지는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백지영 Baek Z Young'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백지영 Baek Z Young' 영상

백지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난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백지영은 "직접 만났다. 솔직히 좀 무서웠다. (김정은이) 예고 없이 나타났고, 우리를 줄을 세워서 뒤쪽의 만남의 장소로 갔는데 매니저들이 따라오니까 아티스트만 싹 다 데리고 갔다. 우리가 가면서 웅성웅성하면서 불안해하니까 수행원들이 '위원장님 오셨다'고 서로 얘기하는 거 듣고 알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정은 첫인상에 대해서는 "현실감 없었다. 상상도 못했었고. '말 한 번 잘못하면 아오지 탄광 끌려간다'는 얘기 듣고 자란 세대라 너무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이어 "머리각이 기억난다. '저 정도면 자 대고 자르지 않았을까' 싶었다. 소매 깃이나 어디하나 흐트러짐 없이 완전 1톤짜리 다리미로 다린 것 같이 칼 같았다"고 기억했다.

백지영은 김정은과 단체 사진을 함께 찍었다며 "하필이면 내 자리가 위원장 바로 뒤였다"고 했다.

그는 "앞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뒤에 있는 사람들이 안 보일 수 있으니까 (북한 사진사가) '앉아주시던지 자세를 좀 낮춰달라'고 했다. 갑자기 김정은 위원장이 '나도 1열인데 그럼 나도 낮추란 말이오?' 이랬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우리는 눈치 보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농담한 거라고 웃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백지영'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백지영' 영상

백지영은 김정은 위원장 아내인 리설주의 첫인상도 떠올렸다. 그는 "그날 김정은 위원장 왔을 때 같이 왔다. 난 되게 아파 보인다고 생각했었다. 처음 딱 보자마자 '왜 이렇게 창백해?'라고 생각했다. 조용하고 딱 동양적인 미인이다. 자연스럽고 예뻤다"고 기억했다.

이어 "(김정은과 리설주가) 손 잡지는 않았던 거 같다. 부부 느낌 없더라. 부부는 그래도 좀 눈도 마주치고 어깨도 터치한다든가 뭔가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되는데 약간 수직관계라는 느낌이 들었다. 수평 관계는 확실히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백지영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합동 공연을 준비하면서 남북 간 "파트를 나누는데 기싸움이 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누가 맨 앞에 나와서 노래를 할 것이며, 사람들한테 어필이 가능한 후렴은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기싸움이었다. 양보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같이 해야지. 남쪽에서 하시면 안 되죠' 이런 기싸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백지영은 77년생으로 자신보다 한 살 어린 현송월 모란봉악단·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자신에게 "언니라고 했다"며 "되게 여장부 스타일이다. 털털하고 대화가 꽤 통하더라"라고 떠올렸다.

그는 공연 후 남북 가수들이 함께 술을 마셨다며 "그날 술을 많이 마셔서 가물가물하다. 현송월이 '언니'라고 하면 내가 '어우 그래~'라고 한 거 생각나고, 떠나지 말라고 보고 싶다고 언제 다시 만나냐고 슬퍼하고 부둥켜안은 거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백지영'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백지영' 영상

백지영은 평양 도착 후 전달받은 주의사항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될 수 있으면 호텔 안에서 김일성, 김정은, 김정일 이야기나 이름을 말하지 말라더라. 서로 수다 떨 때도 얘네들이 민감할 만한 얘기는 호텔 방에서도 하지 말고, TV 소리를 크게 틀어놓으라 했다"고 했다.

백지영은 "도청이 되는 것 같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전해 충격을 안겼다.

그는 "내가 호텔에서 '이 방은 왜 이렇게 수건이 없어?'라고 그랬는데, 나갔다 왔더니 수건이 와 있었다. 건식 간이 화장실에 수건이 없길래 '이 호텔은 화장실에 수건이 없어? 수건 아끼는 거야?'라고 하고 나갔다 왔는데 하얗게 표백된 수건이 소파 위에 잔뜩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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