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아이·부모 살해…"그의 모든 것이 거짓말" 태권도 관장의 실체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4.03.17 09:31  |  조회 6072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아내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일삼던 호주 태권도 관장이 일가족을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지난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마스터 라이언의 거짓말' 편으로 시드니 한인 일가족 살인 사건이 집중 조명됐다.

지난 2월20일 호주 시드니에서 40대 한국계 태권도 사범이 한인 일가족 3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가족 3명은 모두 한국계 호주 시민권자였다.

용의자로 지목된 이는 아이가 다니던 태권도장의 관장 유광경(49)이었다. 그는 '마스터 라이언', '라이언 유'라고 불리며 성공한 한인 태권도 관장으로 알려졌다.

2월19일 유씨는 수업을 들으러 온 7살 아이와 아이 엄마를 태권도장 안쪽 방에서 각각 목을 졸라 살해한 걸로 추정됐다. 오후 9시에는 피해자의 차량을 이용해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아이 아빠마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유씨는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수강생들과 학부모들은 "진짜 놀랐다"라며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지인들 사이에 그는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쳐줄 만큼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유씨는 주변인들에게 자신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호주 국가대표 출신이자, 호주의 유명한 매쿼리대 석좌교수로 임명됐다고 소개했다. 태권도장 홈페이지에는 10대 때부터 NSW주에서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으며 한국과 호주에서 열린 여러 태권도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고 적혀있었다.

그러나 유씨의 주장과 문서는 모두 거짓과 조작이었다. 국내 국기원 관련 서류는 사실이었지만 그가 홈페이지에 작성한 8단은 사실 4단이었다.

유씨 아내와 오래 알고 지냈다는 지인은 "유씨 아내가 우울증이 심했다. 유씨가 평상시에는 잘하는데 한 번씩 싸우면 물건이 다 파괴되어야 끝났다. 그리고 싹싹 빈다더라. 과시욕으로 아내를 힘들게 했다더라"고 증언했다.

유씨는 지인들에게 호주 국가대표에 선발됐으나 돈이 많이 든다며 적은 돈을 자주 빌려 간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유씨를 볼 수 없었다.

제작진이 발견한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던 유씨의 이력서에는 최종학력이 고등학교로 적혀있었다. 유씨의 지인들은 그가 거짓말을 들키자 "쌍둥이 동생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과거 유씨를 고용한 태권도장 관장은 유씨를 "악마"라고 표현했다. 관장은 "1년에 한 번씩 쫓아냈다. 남의 돈 탐내는 손버릇, 학부모와 갈등, 이성 관계로 쫓아낼 때마다 가족의 부탁으로 받아줬으나 습관적 거짓말을 했다"라며 "쌍둥이라는 말은 99.9% 다 거짓말이다"라고 확신했다.

유씨 아내 역시 유씨의 거짓말에 당했다. 유씨는 자신을 로스쿨 진학한 회계 관련 변호사이며 재력가 부모가 있다고 아내를 속였다. 시어머니 역시 국제 변호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씨의 부모는 "저는 계모기 때문에 아무 관계 없다. 15년 전부터 연락 안 한다. 연락 아무도 안 한다"라고 부정했다.

경찰은 유씨와 피해 가족에 대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불륜과 돈 문제를 언급했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유씨의 상태를 리플리증후군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실제 자기 모습과 가짜 이미지의 괴리가 클수록 내면 열등감 크다. 사소한 일에도 필요 이상의 모욕감과 분노를 일으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태권도를 그만두겠다거나 아이 교육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트리거가 눌릴 수 있다는 것.

피해자의 차를 타고 이동한 것 역시 대담한 계획이라기보다는 무책임, 미성숙한 리플리 증후군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유씨는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상황을 대처할 때 허황한 거짓말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어떤 일이 발생할 때 대처 능력 부족하다"라며 "첫 살인 후 안 걸리기 위해서는 아이와 남편을 살해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유씨의 범죄 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또한 "피해자가 도발 등 원인 제공이 있냐 없느냐에 따라 엄청난 형량 차이가 있다"라며 "사법제도를 이용해서 진실 왜곡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면서 자기 책임을 적게 지는 방식으로 형량을 낮추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걸 우려스럽게 봐야 할 거 같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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