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다운 상태서 삶 마감하고파"…서권순, 딸 몰래 연명치료 거부 서약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4.17 10:29  |  조회 1280
배우 서권순. /사진=MBC에브리원 '고민순삭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방송 화면
배우 서권순. /사진=MBC에브리원 '고민순삭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방송 화면

배우 서권순(73)이 연명치료 거부 서약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고민순삭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에서는 서권순이 '죽음 서약'이라는 키워드로 고민을 털어놨다.

이날 방송에서 서권순은 "저는 정말 조금이라도 사람다운 상태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다"며 "연명치료 거부 서약을 했다. 건강하게 나이를 먹고 가면 좋겠지만 병원에서 호흡기를 끼는 건 생명 연장이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사진=MBC에브리원 '고민순삭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방송 화면
/사진=MBC에브리원 '고민순삭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방송 화면

MC 김제동은 딸 둘을 둔 서권순에게 "따님들은 모르냐"며 궁금해했고, 서권순은 "모른다. 혼자서 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딸들이) 만약 방송을 보면 '우리도 모르게 왜 혼자 결정했냐'고 항의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한 내가 잘못된 건가 싶다"고 털어놨다.

서권순은 "머지않아 80이 되는데, 오래 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병원에서 호흡기 끼고 아무 의식도 없이 그냥 호흡만 연장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이런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MC 엄지윤은 "친구 할머니가 집에서 주무시다 돌아가셨다. 제 친구 어머니와 친구는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온 죽음에 당황스러워하더라"라며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무겁게 다가가지 않는다면 딸들도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권순은 "큰아이가 예민하고 세심한 아이다. 큰딸은 '숨만 쉬어도 곁에 살아계시는 게 중요하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이렇게 했다고 하면 좀 충격일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이어 "어느 날 아는 지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떠나셨다. 제가 순간적으로 '죽음의 축복이다'라고 무심코 그랬더니 딸이 '어떻게 그렇게 말하냐, 말 한마디 못 하고 떠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하냐'라며 울더라"라고 딸과의 일화를 전했다.

그는 "우리 또래들은 만나면 갑자기, 탈 없이, 아프지 않고 가는 게 감사하다는 많이 하고 있다고 했는데 아이는 그게 공감이 안 되는 거다. (내 나이만큼) 안 살아봤기 때문에 모르는구나 생각했다. 내 아이들은 내 선택을 인정해줄까 싶다"고 말했다.

서권순은 그는 또 "제가 (연명치료 거부 서명을) 안 해놓고 가면 자녀나 주변 한 사람이라도 거부하면 (산소호흡기를 떼는 게) 안 된다더라"라며 미리 죽음을 준비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두 딸이 연명치료 거부 서명 사실을 바로 받아들여도 섭섭하지 않다며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아이들에게 짐이나 부담이 되지 말아야지 싶다"고 했다.

MC 딘딘은 "저희 부모님도 그러시더라. 근데 그걸 짐이라고 생각하는 자녀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서권순은 "부모 입장에선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있는 건 자녀에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되고, 아프다. 양 갈래 길에서 심적으로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서권순은 치매 증상으로 외국 병원에서 요양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자신이 자식 입장이라면 어머니의 연명치료 거부에 동의 안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큰딸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엄마가 아파도 늘 얼굴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어서 동의 안 할 것 같다. 옆에서 숨만 쉬어도 존재 가치가 크다"며 복잡한 마음을 털어놨다.

성진 스님은 "가족의 동의를 얻으셔야 한다"며 "죽음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모두의 것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보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죽음은 나의 것도 있지만 '엄마로서의 죽음'도 되지 않나. 따님들과 충분히 대화하시면서 가족이 다 뜻을 이해하고 마음의 준비를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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