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배' 손흥민, 벤탄쿠르 인종차별 용서…"여전히 우린 형제"

침묵 지키던 토트넘, 손흥민 입 열자 입장 발표 "어떤 차별도 일어나선 안 돼"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6.20 18:40  |  조회 2695
축구선수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이 같은 팀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27)가 자신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손흥민 인스타그램
축구선수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이 같은 팀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27)가 자신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손흥민 인스타그램

축구선수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가 같은 팀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27)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용서했다.

손흥민은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자신을 향한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손흥민은 벤탄쿠르를 '롤로'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롤로(벤탄쿠르의 애칭)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실수했고, 그 스스로도 이를 알고 있으며 내게 사과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롤로는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한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형제이며, 아무 것도 바뀐 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일을 이겨낼 것이고, 단합할 것이며 프리시즌에 다시 하나로 뭉쳐 우리 클럽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토트넘 홋스퍼가 20일(한국시간) 팀 주장 손흥민에 대한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트위터
토트넘 홋스퍼가 20일(한국시간) 팀 주장 손흥민에 대한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트위터

손흥민이 입장을 낸 이후 곧바로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도 벤탄크루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간 구단은 논란에 대해 침묵을 이어와 비판을 받아왔다.

토트넘은 "벤탄쿠르의 인터뷰 발언과 선수의 후속 공개 사과까지 구단은 이 문제에 있어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 지원해왔다. 여기에는 다양성, 평등, 포용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를 위한 교육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은 팀 주장 손흥민이 이번 사건에 선을 그을 수 있다고 느끼고, 팀이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다양성과 세계적인 팬 기반, 선수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팀이나 경기 내, 더 넓게는 사회에서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소속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손흥민./AFPBBNews=뉴스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소속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손흥민./AFPBBNews=뉴스1

앞서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TV 프로그램 '포를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에 출연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함께 뛰고 있는 동료이자 주장인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충격을 안겼다.

이날 방송에서 진행자는 "네 유니폼은 이미 갖고 있으니 한국 선수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냐"며 토트넘 소속 한국인 선수인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 애칭)"라고 묻고는 "쏘니의 것일 수도 있고 쏘니의 사촌의 것일 수도 있다. 어차피 그들은 다 똑같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시아인의 외모가 거의 비슷하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이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논란이 됐고, 수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소속 축구선수 로드리고 벤탄쿠르(우루과이)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농담을 한 것을 사과했다. /사진=벤탄쿠르 인스타그램 캡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소속 축구선수 로드리고 벤탄쿠르(우루과이)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농담을 한 것을 사과했다. /사진=벤탄쿠르 인스타그램 캡처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사과했다.

그는 "쏘니 내 형제여! 최근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겠다.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 나는 널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달라"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손흥민 계정을 태그하며 "사랑해, 내 형제"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벤탄쿠르는 손흥민 애칭인 'Sonny'를 일본 가전 브랜드 'Sony'로 표기했고, 자신의 발언이 농담이었다고 해명해 논란은 이어졌다. 또한 사과문을 게시한 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SNS 활동을 이어가 일각에서는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스포츠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인권단체 '킥잇아웃'도 나섰다. 킷잇아웃은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 많은 제보를 받았다"며 "자료들을 토대로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심각성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벤탄쿠르는 자기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동아시아뿐 아니라 더 큰 범주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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