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9.27 18:09  |  조회 88138
축구 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안정환. /사진=KBS2 '대화의 희열' 방송 화면
축구 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안정환. /사진=KBS2 '대화의 희열' 방송 화면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임 과정의 불공정 논란으로 국회에 소환된 가운데, 그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한 축구 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안정환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정환이 2018년 KBS2 예능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에서 한 말이 갈무리돼 올라왔다.

당시 안정환은 홍명보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한 후 함께 술을 마시며 나눈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함께 지도자를 하기로 (홍명보와) 약속돼 있었다"며 "저는 준비가 됐는데 2014년에 홍명보 감독이 날아갔다"며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자신의 지도자 길도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에 MC 유희열은 "'까임방지권'을 가진 대표적인 인물이 홍명보 감독이었다"며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감독으로 동메달을 획득하지 않았나. 근데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성적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진=KBS2 '대화의 희열' 방송 화면
/사진=KBS2 '대화의 희열' 방송 화면

안정환은 "홍명보 감독이 지도자로 계속 갔으면 대한민국에 쉽게 나오지 못하는 지도자가 됐을 수도 있다"며 "물론 성적이 안 나왔기 때문에 감독이 결과를 책임져야 하니까, 아쉬운 부분이지만 결과가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은 퇴진하고 둘이 술을 같이 마시는데, 이런 얘기를 하더라. '정환아,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라고 하면서 슬퍼하더라"라며 "그런 리더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냐"라며 당시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헤아렸다.

그러면서 "그때 제가 '그러니까 전술을 좀 잘 쓰지 그랬어. 형님 좀 잘하지'라고 그랬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사진=KBS2 '대화의 희열' 방송 화면
/사진=KBS2 '대화의 희열' 방송 화면

또 안정환은 "그렇게 무 자르듯 쉽게 잘려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걸 봤을 때 내가 완벽하게 준비해서 가지 않는 이상,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표팀에) 들어가서 이 풍파, 저 풍파 맞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미리 준비하면 파도를 하나 덜 만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했다.

MC 유희열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가 히딩크 감독을 경험해 봐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외국 감독이 더 잘 지도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정말 그들의 전술이 훨씬 좋냐?"고 물었다.

이에 안정환은 "그건 사실인 것 같다. 레벨이 다르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만약 지도자를 한다면 유럽에서 하고 싶다. 대한민국에서는 유럽에서 지도자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근데 그 일이 절대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안다. 그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홍명보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며 동메달을 획득했으며, 2013∼2014년 대표팀을 이끌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도전했으나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축구협회에서 전무이사를 맡았던 홍명보 감독은 지난 7월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으나, 선임 과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서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는 달리, 홍명보 감독은 자택 앞 빵집에서 감독직 제의를 받았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 선임 과정에 관해 "불공정이나 특혜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감독직을 사임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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