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환. /사진=이승환 인스타그램

가수 이승환(60)이 경북 구미 콘서트 취소와 관련해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2일 뉴스1, 뉴시스에 따르면 이승환의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구미시문화예술회관의 사용 허가를 부당하게 취소한 김장호 시장과 구미시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원고는 이승환과 그의 소속사 드림팩토리클럽, 공연 예매자 100명 등 총 102명이다. 청구 금액은 이승환 1억, 드림팩토리 1억, 관객 1인당 50만원씩 5000만원으로 총 2억5000만원이다.

임 변호사는 "구미시가 아닌 구미시장 개인을 첫 피고로 잡았다"며 "김 시장이 사용 허가를 취소하고 이승환 씨에게 부당한 서약서를 강요하는 행위가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고의 혹은 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법은 공무원이 직무상 행위에 대해 고의거나 중과실일 경우 개인으로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 허가가 취소되는 과정들, 부당 서약서가 강요되는 과정들은 구미 공무원에 의한 불법행위였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라서 구미시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는 구미시라는 지자체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수 이승환의 법적대리인 임재성 변호사가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승환 측은 △김 시장이 이승환과 기획사 대표 두 명에게 '정치적 언행이나 오해를 살 행동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강요한 행위 △지난달 23일 이미 받았던 대관 사용 허가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행위 등 두 가지를 불법 행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총 손해배상 청구액 2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이승환 씨의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1억원과 기획사 드림팩토리 경우 금전적 손해에 더해 명예와 신용이 훼손된 비금전적 손해를 더해 1억원을, 그리고 예매했으나 이틀 전 취소당한 예매자들 100여명의 정신적 고통을 각각 50만 원씩으로 보고 총 5000만원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구미시 측이 '공연 반대 집회로 인한 충돌이 예상돼 안전상 취소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12월19일, 20일에 두 번의 집회가 있었고, (공연 당일인) 25일에도 집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집회"라며 "(19일 집회는) 10여 명이 안 되는 인원이 참여한 콘서트 반대 집회였다. 구미시라는 공공기관이 행정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는지 확인했는데 19일 집회는 전혀 그런 규모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이 소송을 통해서 우리는 어떠한 공연과 표현이 존재하고 이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하고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기준을 세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이승환 씨가 직접 얘기한 헌법소원도 준비하고 있다"며 "행정청이 예술가, 아티스트에게 '정치적 오해를 살 발언을 하지 말아라', '서명하지 않으면 취소하겠다'라고 한 행위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건 아닌지를 이런 일이 재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헌법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승환을 향한 명예훼손, 모욕에 대한 법적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이승환 씨를 둘러싼 많은 논쟁, 비판 더 나아가서는 비난과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들이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형사상의 고소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기 때문에 민사상의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예비 단계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승환은 지난달 25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데뷔 35주년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구미시가 공연 이틀 전 대관 취소를 통보해 콘서트를 열지 못했다.

당시 김장호 구미시장은 "문화예술회관의 설립 취지, 서약서 날인을 거절한 점,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대관을 취소한다"며 이승환 콘서트 대관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환은 구미문화예술회관 측에서 공연을 5일 앞둔 지난달 20일 공연 기획사에 공문을 보내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 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내용의 서약서에 날인할 것을 강요했으며, 이를 거부하자 공연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