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조롱·인종차별' 성전환 배우, 오스카 후보 오르자 뒷북 사과

트랜스젠더 최초 오스카 연기상 후보 오른 가스콘, 과거 혐오 발언 재조명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5.02.03 13:25  |  조회 11836
스페인 출신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AFPBBNews=뉴스1
스페인 출신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AFPBBNews=뉴스1
스페인 출신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53)이 과거 했던 혐오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로 지난달 23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트랜스젠더 배우로는 최초다.

그러나 가스콘은 지난달 30일 저널리스트 사라 하지가 과거 가스콘이 'X'(엑스·옛 트위터)에 올렸던 게시물을 캡처해 공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가스콘은 과거 인종, 특정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조롱하는 등 각종 혐오 발언이 담긴 게시물을 올린 바 있었고, '버라이어티' 등 현지 매체가 이를 보도하면서 재조명돼 파장이 일었다.

소피아 가스콘은 2021년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흑인 배우인 대니얼 컬루야가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자 "'아프로-코리안'(아시아와 아프리카 조상을 가진 이들) 페스티벌을 보는 건지,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를 보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추악한 갈라쇼"라고 조롱했다.

또한 'Black Lives Matter' 시위를 촉발한 인물이자, 2020년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에 대해서는 "마약 중독자 사기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20년 8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중국을 언급하며, 아시아인 차별 발언을 하기도 했으며, 양성애자인 가수 겸 배우 마일리 사이러스를 두고도 혐오 발언을 했다.

2016년에는 "이슬람은 인류에게 긴급히 치료가 필요한 감염의 온상"이라고 적었으며, 2021년에는 "이슬람, 기독교, 천주교, 그리고 인권을 침해하는 멍청이들의 빌어먹을 믿음에 너무 질렸다"고 적기도 했다.


"불교 귀의 후 다른 사람 됐다…더 나은 사람 되려 노력" 사과


/사진=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인스타그램
/사진=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인스타그램
논란이 일자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지난달 31일 언론에 "나는 상처를 준 과거의 내 SNS(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인정하고 싶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소외된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고통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가 고통을 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나는 평생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워왔다. 나는 빛이 언제나 어둠을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후 가스콘은 자신의 'X' 계정을 비활성화했고, 이에 과거 그가 올렸던 원 게시물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가스콘은 지난 1일 "'에밀리아 페레즈'의 경우처럼 우리 모두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나도 그렇다"는 글이 적힌 사진과 함께 "그들은 이미 승리했다"는 말로 시작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글을 올려 재차 사과했다.

그는 "내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며 "아직 나는 배울 것이 많다"고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이어 "내 삶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니치렌 불교에 귀의했다"며 "오늘의 나는 10년, 20년 전의 나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고, 지금도 완벽하지 않다. 매일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내 존재 더럽히려는 것" 과거 발언 들춰낸 저널리스트 겨냥도


가스콘은 논란이 된 게시물을 공개한 사람들을 겨냥해 "거짓말, 맥락에 벗어난 말들로 내 존재를 더럽히려는 것"이라며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걸 잘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이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무슬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재판도 없고, 진정한 의도를 설명한 선택권도 없이 비난받고 있다"며 "나는 항상 더 정의로운 사회와 자유, 평화, 사랑을 위해 싸웠다. 나는 결코 전쟁이나 종교적 극단주의,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억압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마치 내가 동료를 모욕하는 것처럼, 칭찬하기 위해 쓴 글을 비판인 것처럼, 농담이 현실인 것처럼 만들었다"며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보면 증오로만 들리는 말들"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기대작 꼽히던 '에밀리아 페레즈', 오스카 수상 무산 전망도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포스터. /사진=그린나래미디어(주),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포스터. /사진=그린나래미디어(주),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인해 아카데미상 기대작이었던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1일 "가스콘의 수상 가능성은 원래도 미미했지만 이제는 정말 가망이 없다. 인디 외국어 뮤지컬의 트랜스젠더 여배우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의견을 공유했다는 것은 할리우드가 계산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다 후보작인 '에밀리아 페레즈'에 큰 타격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최우수 작품상 후보였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영화평론가 웬디 아이드 역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때 가스콘은 성전환 여성 최초 수상으로 새로운 역사를 쓸 거라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금은 가스콘이 아무것도 수상하지 못할 거라고 말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스콘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남자로 태어나 19살에 만난 여성과 결혼해 2011년 딸을 얻기도 했으나 2018년 성전환 후 여성으로 살고 있다. 오는 3월 개봉 예정인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로 지난해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으며, 이번엔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트랜스젠더가 된 멕시코 마약상의 이야기를 그렸다.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갱단 보스와 아무것도 몰랐던 그의 아내, 그리고 새로운 삶을 선물할 변호사가 얽힌, 아찔하고 파격적인 뮤지컬 영화다. 올해 아카데미 최다 후보작이기도 하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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