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오요안나, 우울증에 수면제·술 의지…MBC 진상조사? 기대 없다"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5.02.06 13:58  |  조회 2655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고인의 어머니가 눈물의 심경을 전했다.

6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오요안나 어머니와 외삼촌과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오요안나 어머니는 "직장, 친구, 심지어 남자 문제도 스스럼없이 나눴다"며 딸과 각별한 관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년간 끊임 없이 들은 이름이 있다. 안나의 주검 앞에서 그 사람의 이름이 먼저 떠올랐다"며 기상캐스터 A씨를 언급했다.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2022년 10월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새벽반 졸업했다. 투데이 팀에서 주신 롤링페이퍼랑 케이크들고 기념으로 한 컷 찍어 봤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2022년 10월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새벽반 졸업했다. 투데이 팀에서 주신 롤링페이퍼랑 케이크들고 기념으로 한 컷 찍어 봤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오요안나 외삼촌은 "안나가 4개월 만에 A씨 대신 '뉴스투데이'를 맡았다. 그게 발단이었다"고 말했다.

2021년 9월 A씨는 '뉴스투데이' 새벽 6시 평일을 담당했으나 2번이나 방송을 펑크 냈고, 당시 과학기상팀 팀장은 A씨를 제외하고 오요안나를 투입했다. 그러나 오요안나를 발탁한 팀장은 2022년 3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요안나 어머니는 "제 기억으론 22년 3월"이라며 "안나 전화가 왔는데 숨이 뒤로 넘어가더라. '엄마, 나 미칠 것 같아'라면서 통곡했다. A씨가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한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오요안나는 2021년 5월 입사 이후 그해 10월 MBC 날씨 메인을 맡았다. 오요안나 어머니는 "입사 6개월 차였다.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친절함을 바란 건 아니다. 그렇다고 저렇게 궁지로 내몰 필요가 있었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오요안나는 2022년 4월 어머니 권유로 정신과를 찾았다. 매체가 입수한 정신과 상담 기록에 따르면 '회사 가면 위축되는 느낌', '회사에서 느끼는 억울함',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회사 생활' 등이 적혀있었다.

이후 오요안나는 수면제에 의지했고, 잠들지 못하는 날엔 술을 마셨다. 그탓에 그해 8월 20일 방송을 펑크내 다른 기상캐스터가 대신 방송을 메웠고, 10월 18일, 28일에도 일어나지 못해 집에 찾아온 다른 직원이 그를 깨웠다고 한다. 결국 오요안나는 '뉴스투데이'에서 하차해야 했다.

MBC 관계자는 5차례 이상 지각·결근을 했다며 "오요안나의 불성실한 근무 태도가 원인"이라며 문제 시발점을 고인에게 돌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요안나의 한 지인은 "직장 괴롭힘이 없었다면 우울증을 겪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요안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우울증에 빠졌다. 그래서 수면제를 먹고, 술을 마셨다. 지각했고, 혼이 났고, 다시 수면제를 먹고,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라고 했다.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지난해 7월 8일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사진.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지난해 7월 8일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사진.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오요안나 어머니는 "딸이 살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지 아냐"며 기상캐스터 일과 함께 헬스장 코치, 글쓰기 아르바이트, 설거지 아르바이트까지 했다고 전했다. 또 2023년 아나운서 학원 강사에게 일대일 발성 레슨을 받고, 우울증 극복을 위해 요가, 달리기도 했다.

어머니가 몸을 혹사시키는 이유를 묻자 당시 딸 오요안나는 "방송 잘하고 싶다"며 "바쁘게 움직이면 (피곤하니) 수면제나 술에 의지하지 않고 잘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요안나 어머니는 "안나는 사실 안 죽고 싶었다. 살고 싶었던 것 같다. A씨가 발음 지적하니까 없는 돈에 과외까지 받았다. 투잡으로 번 돈을 자기 발전을 위해 썼다"고 말했다.

이어 "(기상캐스터 일을)그만두라고 했다. 그런데 끝까지 하겠다고 하더라. 하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안나는 죽음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게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MBC는 오요안나 사망과 관련해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디스패치는 오요안나가 생전 고충을 털어놓았던 관계자 이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MBC 소속 아나운서, 조연출, PD, 기상캐스터 등이다.

오요안나 모친은 "기상캐스터들이 잘리길 원치 않는다. 그들도 프리랜서이지 않나"라며 "잘못이 있다고 느낀다면 사과했으면 좋겠다. MBC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이건 너무 '내로남불'이다. 진상 조사? 제대로 하지 않을 것 안다. 기대 없다. 그런다고 제 딸이 돌아오냐"고 호소했다.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2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비보는 지난해 12월 10일에야 뒤늦게 알려졌고, 지난 1월 27일 오요안나가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 내용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지난달 31일 오요안나 사망의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지난 3일 출범을 공식화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5일 첫 회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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