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메르스 충격' 안전판 있었다…정답은 '현지화'

중국 매장 충분히 확보한 브랜드는 매출 타격 작아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5.06.25 09:11  |  조회 8427
K뷰티 '메르스 충격' 안전판 있었다…정답은 '현지화'
"중국 현지매장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는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한 화장품업체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 후 중국 관련 영업에 타격이 있냐'는 질문에 "메르스 사태 같은 경우까지 감안해서 현지화를 추진한 것은 아닌데 이럴 때 빛을 본다"며 이 같이 말했다. 중국 현지 매출 증가가 한국을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국내매출 충격을 흡수했다는 설명이다.

메르스 사태에 따른 화장품 업계 타격이 업체별로 엇갈린다. 중국 본토에 다수 매장을 갖춘 업체는 매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반면 국내 면세점과 매장을 통한 유커 판매에 매달리는 업체는 안전판 없이 메르스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 등 3개 화장품 업체의 지난 한 달간 중국 현지 매출은 올해 월간 평균 성장 폭을 유지했다. 6월이 화장품 업계의 계절적 비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이달 현지 판매 성장세가 평소보다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도 유커 감소에 따른 내수 판매 부진을 겪었다. 유커가 많이 찾는 명동과 동대문 상권에서 지난 한 달 일부 브랜드 판매는 지난해보다 한 자릿수 감소했다. 하지만 현지 판매가 중국 관련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충격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국내 유커 매출은 집계하기도 어렵고 상대적으로 비중도 작아 따로 통계를 내지 않았다"며 "메르스 사태에 따른 일부 매출 감소로 그동안 유커 판매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지 참고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메르스 '안전판'은 중국 현지 매장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는 중국 본토에 각기 3000, 700, 1000여개 매장을 갖추고 있다. 현지 매장을 통해 지난해 4700억, 2000억,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상당수 매장에서는 메르스 사태 후 오히려 객단가가 뛰는 현상도 감지된다. 한국 관광을 포기한 중국인들이 현지 매장 구매를 늘렸기 때문이다. '정품'을 판매하는 현지 매장만큼은 아직까지 중국 내에서 나도는 '메르스 괴담' 안전지대이기도 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따리상을 통해 들어온 한국산 화장품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오염됐다는 낭설까지 퍼졌다.

반면 유커 대상 판매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 업체는 타격이 크다. 지난해부터 유커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달팽이크림' 판매사 잇츠스킨의 매출 50% 이상은 유커 관련 판매다. '마유크림'으로 유명한 클레어스코리아는 회사 매출 자체가 유커로부터 나온다고 봐도 무방하다.

표면적으로 두 업체는 메르스 사태에 따른 매출 감소폭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 본토에 매장을 갖추지 못한 두 업체의 영업 구조 상 한국을 찾는 유커 감소는 매출 부진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화장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유통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브랜드 제품은 보따리상 등 비공식 루트를 통해서도 상당부분 중국에 흘러들어간다"며 "이른바 현지 '메르스 괴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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