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핫트렌드]지구 운명 가를 D-1…'0.5 소수점 격론' 미묘한 온도차

<8>파리총회 폐막…쟁점들 안갯속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5.12.11 07:12  |  조회 4974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파리 르부르제 공항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약 150개국 지도자가 참석했다/사진=뉴스1(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파리 르부르제 공항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약 150개국 지도자가 참석했다/사진=뉴스1(청와대 제공)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2.0도로 억제하는 게 맞다."(개발도상국)

"1.5도 수준까지 더 내려라."(환경단체·선진국·섬나라)

1.5도냐 2.0도냐, '0.5도' 차이를 놓고 선진국과 환경단체,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이 팽팽히 맞섰다.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 없이 오는 2020년부터 전 세계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신(新)기후체제' 출범을 논의하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번 총회는 2020년에 종료되는 교토의정서(1997년 체결)의 후속 체제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다.

이번 파리 총회에서 신기후체제를 출범시킬 합의문이 도출되면 2020년부터 선진국·개도국 가릴 것 없이 전 세계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게 된다. 전 세계가 기후 변화 대응에 나서는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 회의는 11일(현지시간) 오후 5시 막을 내린다. 회의는 막바지 협상이 치열해 지면서 합의안 도출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개도국 배출량 감축 1.5도 '난감하네'

지구의 기후변화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온도 상승 폭이 지금대로면 200년 안에 5~6도 이상 오르게 된다.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감축 목표는 '2도 상승'이다.

이번 회의에선 수백여 국가들이 당초 온난화에 따른 글로벌 기온 상승폭을 1.5~2도로 제한하는 것에서 0.5도 하향 조정하는 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의 40~70%로 줄이고, 세계 전역 배출량 감축 진행 상황을 5년마다 점검하는 방안도 이번 회의가 이끌어낸 성과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은 이 같은 결정을 촉구하며, 오는 2020년까지 연간 8억 6000만 달러(약 1조160억 원)을 내놓겠다는 '통 큰' 투자안을 내놨다. 이는 미국이 기존에 분담한 금액의 2배 이상의 규모라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관련국 사이에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개도국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목표라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동안 UN기후협약(UNFCCC) 등 환경단체는 오는 2020년까지 산업혁명 이전보다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면 인간이 통제하기 힘든 재난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기후변화를 방지할 협약 체결을 꾸준히 요구해온 이유다.

캐나다의 캐서린 맥키나 연방 환경부 장관은 "2도 낮추는 목표치가 정확한 과학적 근거에 의한 목표치가 아니며,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추정치에 불과하다"며 당초 목표치 보다 더 낮출 것을 주장하며 선진국 입장을 대변했다.

총회는 미국과 EU(유럽연합) 등이 1.5도 제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어 최종 합의안에서 목표치를 낮추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당장 타격을 입게 될 개도국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섬나라 발동동

국가 운명이 걸린 섬나라들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과감하게 1.5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수면 상승의 위협에 직면한 몰디브와 같은 국가들은 목표치 하향 조정을 수차례 주장해 왔다. 1.5도로 온도 상승을 억제할 경우 해수면 상승이 1m 이하에 머물러 섬이 잠기는 일은 없지만, 2도로 올리면 해수면도 1m 이상 상승해 국가 존립에 치명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온이 1.5도 상승에 머무를 경우 북극 빙하 역시 남아 있겠지만, 2.0도 상승할 경우 북극 빙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심 쟁점 이견 팽팽

지난 9일, 29쪽짜리 합의문 초안이 나왔다. 하지만 총회 의장국인 프랑스는 폐막일까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회원국들에게 10일 오후까지 새로운 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진국과 신흥국이 재원 부담을 각각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 핵심 쟁점들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어느 수준에서 타결될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주요 쟁점을 나열하면 △장기목표(산업화 대비 지구온도 상승억제 목표(2도 VS 1.5도), 구체적 목표 포함 여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국제법적 구속력 △선진국과 개도국의 의무 차별화 △개도국 지원 방안 등이다.

법적 구속력은 선진국 간에도 의견이 팽팽하다. 유럽연합(EU)은 구속력 부여를 찬성하는 반면 미국과 다른 대다수 선진국들과 한국은 각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각 국은 법률적 검토를 거친뒤 11일 합의문을 공식 채택할 방침이다. 하지만 선진국·개도국 모두가 참여하는 협상이어서 합의 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파리서 실속 챙긴 韓 기후변화 대응 기술

이번 파리총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선진국과 개도국은 앞으로 두 가지 선택에 놓이게 된다.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현 생산량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기후변화 대응 기술 R&D(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인가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각종 첨단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선보여 가장 현실적인 접근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회의 기간 환경부, 외교부와 함께 한국 홍보관을 운영했다. 홍보관은 개도국들이 실질적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기후기술의 4개 분야인 물·폐기물·도시 및 교통·에너지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미래부 백일섭 기초원천과장은 "이번 회의에 참여한 국가 중 기술홍보부스를 설치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며 "한국 기술을 접한 개도국의 기술상담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향후 탄소저감 기술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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