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호 총감독 "韓패션 '저가' 인식…상품력으로 승부해야"

서울패션위크 개최…"글로벌 패션 비즈니스 교류의 장으로 성장시킬 것"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6.03.09 15:18  |  조회 3810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한국패션은 이미 '저가'로 인식돼 있습니다. 가격 경쟁보다는 디자인, 개성, 창의성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수 밖 에 없습니다."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휠라코리아 부사장)은 9일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6 가을·겨울(F/W) 헤라 서울패션위크' 기자간담회에서 불황에 직면한 패션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정 총감독은 "현재 국내 패션경기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른 것으로 한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모두가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마케팅 방안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 할인으로 불황에 대응하는 기업이 많지만 여러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이익 감소, 연구·개발(R&D) 투자 축소,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악순환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는 뛰어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정공법 외에도 '유통'에서 '온라인 마케팅'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총감독은 "한국은 온라인 인프라가 발달했지만 온라인 상거래, 마케팅에서 결코 해외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고객 발길이 감소하는데도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하기보다는 온라인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패션위크에도 온라인 영향력이 큰 업체 및 바이어를 초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한국 패션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에 가장 큰 방점을 두고 취임 후 두 번째 서울패션위크 행사를 준비했다. 또 신인 디자이너를 위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장이 되도록 행사를 이원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이 오는 21~26일 개최되는 '가을,겨울 헤라서울패션위크'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이 오는 21~26일 개최되는 '가을,겨울 헤라서울패션위크'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그는 "국내외 언론 홍보에 초점을 맞춘 패션쇼와 디자이너, 바이어가 실질적으로 비즈니스 상담·계약을 할 수 있는 트레이드쇼를 분리·운영한다"며 "신진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비즈니스 교류의 장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도 색다르게 선정했다. 38개 디자이너 브랜드와 3개 기업 브랜드가 참여하는 서울컬렉션 패션쇼는 DDP에서, 국내외 바이어 200여 명이 참관해 신진 디자이너 중심의 수주회가 진행되는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 쇼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대선제분 공장에서 연다.

정 감독은 "한국을 방문하는 패션업계 전문가들에게 단조로운 쇼가 아닌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외곽의 버려진 공간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창조해 활용한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패션쇼 운영을 체계화 및 기록 구축을 위해 정보기술(IT)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디자이너, 프레스, 바이어 등 초청객 모두를 대상으로 바코드를 부여하고 이들의 정보와 행사 사진, 동영상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한다. 향후 국내 패션기업, 디자이너들과 글로벌 바이어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저장소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사이먼 콜린스 전 파슨스디자인스쿨 학장, 사라 무어 보그 패션에디터 등 해외 패션비즈니스에 영향력이 큰 인사 10여 명이 국내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K-패션의 글로벌 진출'을 주제로 멘토링을 진행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다.

정 감독은 "업계가 어렵다 보니 경제적인 이유로 일부 기업 및 신진 디자이너들이 참여를 중단하는 경우도 생겼다"며 "예산 확보, 프로그램 질 향상 등 정부와 패션위크 관계자들의 노력도 이어지겠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디자이너들의 행동력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라서울패션위크는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해 연 2회 개최되고 있다. 이번 행사는 21일부터 26일까지 DDP와 문래동 대선제분 공장에서 열린다. 지난 시즌에 이어 정 총감독이 진두지휘한 두 번째 행사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헤라'의 타이틀 스폰서십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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