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 암으로 세상 떠나…故 김철민 "하루가 선물, 또 소풍"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1.12.17 08:20  |  조회 12415
개그맨 겸 가수 故 김철민/사진=사진공동취재단
개그맨 겸 가수 故 김철민/사진=사진공동취재단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이 폐암 투병 끝에 1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4세.

김철민은 1994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2007년 '개그야'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노래와 개그를 접목한 통기타 개그 레퍼토리가 그의 주특기였다.

김철민은 가수로 활동 영역을 넓혀 대학로에서 대학로 거리에서 20년여 동안 라이브 공연을 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그는 버스킹 수익을 소년소녀가장, 무의탁노인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그의 폐암 투병 사실이 알려진 것은 2019년 8월 7일. 허리에 통증을 느꼈던 김철민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당시 김철민은 "이별을 해야 하기에 슬픔의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한편으론 먼저 이별을 한 부모님과 형님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리 슬프지만은 않다"며 "남은 시간 여력이 있다면 끝까지 기타 두르고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싶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철민은 가족들을 모두 암으로 떠나보냈다. 아버지는 폐암, 어머니는 간암, 두 형 역시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김철민 페이스북
/사진=김철민 페이스북
삶의 의지가 강했던 김철민은 투병 중에도 늘 긍정적인 모습으로 웃음과 용기를 잃지 않았다. 암 선고에도 끝까지 노래를 부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고, 많은 동료 연예인과 대중의 응원이 이어졌다.

김철민은 투병 생활 동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꾸준히 근황을 알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많은 이와 함께 했다.

개그맨 동료 김광회와 작가 이외수 등은 직접 나서 치료비를 위한 후원을 부탁했고, KBS1 '아침마당'의 '도전 꿈의 무대' 출신 가수들은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김철민을 위해 '힘내라 철민아!' 자선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유재석, 조세호, 남창희 등 후배 개그맨들이 병문안을 갔고 후원금으로 그를 응원했다. 박명수도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김철민의 투병 사실을 언급하며 응원을 보냈다.

이후 김철민은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방송에서는 박명수가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김철민을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박명수가 "병원에서 봤을 때보다 살이 빠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 하자 김철민은 "2주 만에 6㎏ 정도 빠졌다. 항암제 때문에 밥이 안 넘어간다. 먹어도 설사로 다 나온다. 병원에서는 수액과 비타민을 꼽아주는 것 밖에 못한다"고 다시 몸 상태를 전했다.

이어 김철민은 "모험을 해보겠다"며 강아지 구충제로 잘 알려진 펜벤다졸로 암 치료를 시도했다.

그는 펜벤다졸 복용 후 "통증이 반으로 줄었고 혈액검사도 정상으로 나왔다"며 희망을 드러냈다. 상태가 호전되자 김철민은 환우를 위한 콘서트도 열었다.

개그맨 겸 가수 故 김철민이 지난해 8월 경추 교체 수술을 받은 후 공개한 사진./사진=김철민 페이스북
개그맨 겸 가수 故 김철민이 지난해 8월 경추 교체 수술을 받은 후 공개한 사진./사진=김철민 페이스북
그러나 김철민의 건강은 지난해 9월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정상이었던 간 수치가 높아지고 암 세포가 다른 곳으로 전이됐다.

김철민은 암세포가 목뼈로 전이돼 경추 교체 수술을 받았고 결국 펜벤다졸 복용을 중단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암 환자에게 강아지 구충제 권하지 않는다"며 다른 암 환자를 위한 조언을 건넸다.

김철민은 암 세포가 간과 폐에도 전이가 되며 상태가 안 좋아지자 지난해 12월 요양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갔다.

김철민은 지난 8월 "현재 몸 상태로 항암치료는 더 이상 할 수가 없다"며 약 2년 간의 투병 중 12번의 항암, 5번 경추 교체 수술, 70번의 방사선 치료, 10번의 사이버 나이프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온몸으로 암세포가 퍼져 있는 상태"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 끝까지 버티겠다. 여러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라"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사진=김철민 페이스북
/사진=김철민 페이스북
지난 10월에는 "오늘 하루가 선물입니다"이라는 글을, 지난달 7일에는 "하루하루가 소풍입니다"라는 글을 남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중함을 전했다.

그리고 임종을 불과 6일 앞둔 지난 10일, 김철민은 이별을 예감한 듯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자신을 위해 기도해준 모든 이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김철민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동료 연예인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김철민의 빈소는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장지는 경기 용인 평온의 숲이며 발인은 18일 오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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