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쾅', 뺑소니 위장 '남편 청부살인'…아내의 소름돋는 반응[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4.01.23 05:45  |  조회 2589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삽화=뉴스1
/삽화=뉴스1
2016년 1월 23일 자정께. 결혼 25년 차 남편 박씨(당시 49세)는 "드라이브나 가자"는 부인 강씨(당시 45세)의 권유에 따라 한밤중 도로를 달렸다. 인적이 드문 비포장도로 위에 멈춰 선 차량에서 아내는 "담배 한 대 피우고 오라"고 말했고 남편은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난데없이 1톤 화물트럭이 달려들었다. 남편은 그대로 치어 숨졌고 차량은 달아났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보였지만 이는 뺑소니 사건으로 위장된 경기 시흥 남편 청부 살해 사건이었다.



◇사건 현장에서 수십미터 떨어진 상점 주인이 신고…정작 아내는 "못 들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수십미터 거리에 위치한 상점 주인이 "늦은 밤 '꽝' 소리에 놀라서 나왔다. 뺑소니 교통사고 같다"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박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얼마 후 숨졌다.

그러나 상점 주인의 말과 달리 정작 사고 현장 3m 부근의 차 안에 있던 아내 강씨는 "사고 소리를 듣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상점 주인은 "강씨는 차 안에서 나온 후에 쓰러진 남성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죽음에 대해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강씨가 사고 한 시간 전까지 남성 손씨(당시 49세)와 수차례 통화한 점을 수상하게 여기고 강씨를 추궁했다.

강씨는 "남편 몰래 2500만원가량의 카드빚을 졌는데 폭력적인 남편이 이를 알게 될 경우 힘들어질 것 같았다. 손씨에게 남편을 살해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남편을 범행 장소로 데리고 갔다"라고 자백했다. 강씨는 손씨에게 수고비 등 명목으로 500만원을 건넸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5시30분께 자신이 근무하는 안산의 한 공장에 숨어있던 손씨를 붙잡았다. 공장 인근에서 범행에 사용된 차량도 발견했다. 트럭의 앞 유리는 크게 파손돼 있었다.

손씨는 박씨와 십년지기 친구이자 강씨가 운영하는 노래주점의 단골이었다.



◇추가로 검거된 공범 이씨 "장난으로 범행 계획, 진짜 살해할 줄 몰랐다"



 ‘교통사고 위장 남편 청부살해 사건’ 피의자 손씨(49) 2016.1.27/사진=뉴스1
‘교통사고 위장 남편 청부살해 사건’ 피의자 손씨(49) 2016.1.27/사진=뉴스1
사건 발생 6일 뒤인 2월28일, 공범인 이씨(당시 51세)가 시흥 월곶동에서 추가 검거됐다. 이씨는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월22일까지 손씨와 범행을 모의한 후 손씨에게 청탁금 500만원을 건네받은 인물이다. 범행 성공 시 강씨가 보험금 일부를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이씨는 외국인 청부 살해업자를 물색하다 구할 수가 없자 직접 트럭을 운전해 박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당초 손씨는 범행 장소에서 박씨와 강씨가 타고 있는 차량에 돌을 던져 박씨를 유인한 뒤 ,이씨가 트럭으로 치는 방식을 모의했다. 그러나 이씨가 사건 당일 약속된 범행 장소에 나오지 않자 손씨가 1톤 트럭을 운전해 박씨를 살해했다.

경찰에 붙잡힌 이씨는 조사에서 "장난으로 범행을 계획했는데, 진짜 살해할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보험금 노린 엽기적 청부 살인…검찰 '무기징역' 구형했지만, 법원 '징역 27년' 선고



'교통사고 위장 남편 청부살해 사건' 피의자 강씨(45)와 손씨(49)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강씨(45·여)는 시흥시 금화로 비닐하우스촌 인근 비포장도로에서 손씨를 시켜 남편 박모(49)씨를 1t 화물차로 들이받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1.27/사진=뉴스1
'교통사고 위장 남편 청부살해 사건' 피의자 강씨(45)와 손씨(49)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강씨(45·여)는 시흥시 금화로 비닐하우스촌 인근 비포장도로에서 손씨를 시켜 남편 박모(49)씨를 1t 화물차로 들이받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1.27/사진=뉴스1
강씨의 자백에도 경찰은 범행동기가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보험 가입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그 결과 강씨는 2014년부터 1년 동안 남편의 명의로 손해보험 5개를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여년 가입한 생명보험 5개, 손해보험 1개를 합하면 남편 명의의 보험만 11개였다. 보험 모두 수급자는 강씨로 설정돼 있었다. 박씨가 뺑소니 사고로 숨질 경우 강씨에게 최대 16억2000여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었다.

해당 사건은 배우자를 상대로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후 청부살인 실행자를 물색해 범행을 저지른 엽기적 살인사건으로 기록됐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강씨에 대해 "배우자를 상대로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후 청부 살해를 모의해 죄질이 나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손씨와 이씨에겐 각각 징역 25년,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강씨에 대해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저지른 것은 장기간 동안 사회에서 격리될 필요가 있다"며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손씨와 이씨에겐 각각 징역 22년과 징역 2년6월의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손씨에 대해 "차량으로 들이받는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것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이씨에 대해선 "손씨와 범행 실행을 위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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