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관두고 일당 '18만원' 페인트공 변신…"만족도 120%"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3.28 10:38  |  조회 112008
그룹 BTL(비티엘) 출신 페인트 도장공 오지민./사진=유튜브 채널 '열현남아' 영상
그룹 BTL(비티엘) 출신 페인트 도장공 오지민./사진=유튜브 채널 '열현남아' 영상

보이그룹 활동을 그만두고 페인트공으로 변신한 아이돌 그룹 멤버의 사연이 소개됐다.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열현남아'에는 '아이돌 그만두고 페인트 기술배워서 하루일당 18만원 받는 29살'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에서 9인조 아이돌 그룹 BTL(비티엘)의 '엘렌'으로 2014년 데뷔했던 오지민(30)은 현재 11개월 차 페인트 도장공으로 일하고 있는 근황을 전했다.

그룹 BTL(비티엘) 출신 오지민이 페인트 도장공으로 활동 중인 근황을 전했다./사진=유튜브 채널 '열현남아' 영상
그룹 BTL(비티엘) 출신 오지민이 페인트 도장공으로 활동 중인 근황을 전했다./사진=유튜브 채널 '열현남아' 영상

오지민은 "활동을 하다 보니 군대를 늦게 갔다. 전역 2개월 전에 아내가 임신을 해 전역하자마자 혼인신고를 했다. 할 줄 아는 게 없다보니 회사 생활을 하다가 1년 해보고 '이대론 안 되겠다' 하던 찰나에 '열현남아' 채널의 목수 영상을 보고 '내 일은 저거다'라고 생각했다"고 전직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막상 목수 자리가 나지 않던 차에 페인트 일를 접하게 됐다.

그는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연예계 활동이 불가능하니까"라며 "아내가 카페를 하는데, 거기 페인트 인테리어 해주신 분이 기회를 주셔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오지민은 카페를 운영하는 아내와 맞벌이하며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고.

오지민은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너무 재밌다. 제가 짧게 (일하긴) 했지만 해도 해도 계속 배울 게 있다. 즐겁고 행복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룹 BTL(비티엘) 출신 오지민이 페인트 도장공으로 활동 중인 근황을 전했다./사진=유튜브 채널 '열현남아' 영상
그룹 BTL(비티엘) 출신 오지민이 페인트 도장공으로 활동 중인 근황을 전했다./사진=유튜브 채널 '열현남아' 영상

처음 일당 13만원부터 시작했다는 그는 이어 "지금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일당 18만원 받고 있다. 건설 현장은 월, 화, 수, 목, 금, 토요일 다 일할 수 있다. 일당은 계속 더 높아지지 않나. 사업을 하면 (수입이) 3배도 될 수 있어 아직 만족하긴 이르다"며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지민은 한 매장 인테리어 현장에서 퍼티·샌딩을 하는 과정, 보양 작업 후 필요한 부분에만 페인트를 바르는 과정 등을 직접 보여줬다.

그룹 BTL(비티엘) 출신 오지민이 페인트 도장공으로 활동 중인 근황을 전했다./사진=유튜브 채널 '열현남아' 영상
그룹 BTL(비티엘) 출신 오지민이 페인트 도장공으로 활동 중인 근황을 전했다./사진=유튜브 채널 '열현남아' 영상

그룹 활동 당시 2집 쇼케이스 전날 활동이 무산됐다고 고백한 오지민은 "아이돌이라는 게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잘 되고 싶다고 해도 마음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더라. 그만큼 어려웠던 거 같다. 잘하는 친구들은 너무 많다. 하루 아이돌팀이 70팀 정도 데뷔한다고 한다.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치열하다. 벽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리 노력하고 피땀 흘려 춤추더라도 당장 무대에 못 서면 말짱 도루묵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그룹 BTL(비티엘) 엘렌으로 활동할 당시 오지민 모습./사진=머니투데이 DB
그룹 BTL(비티엘) 엘렌으로 활동할 당시 오지민 모습./사진=머니투데이 DB

배우가 꿈이었다는 오지민은 단편영화, 웹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연기 활동도 했지만 수익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하나도 못 벌었다. 대신에 의식주를 다 해주셨다. 돈 쓸 일이 없었다"며 "우리가 아는 연예인이라도 아직 수익 정산이 안 된 분들도 있을 거다. 그만큼 어렵고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뭐라도 해보려고 휴대폰 가게 일도 해보고, 영업도 해보고 했는데 하루, 한 달 넘기기가 힘들더라. 페인트 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많이 힘들었다. 먼지도 많이 묻고 페인트도 많이 튀고 무거운 것도 많이 든다. 하지만 버티면서 하면 할수록 기술이 늘지 않나. 제 일당도 오르고. 땀 흘려서 버는 돈의 가치도 알게 된다"며 만족해했다.

그룹 BTL(비티엘) 출신 오지민이 페인트 도장공으로 활동 중인 근황을 전했다./사진=유튜브 채널 '열현남아' 영상
그룹 BTL(비티엘) 출신 오지민이 페인트 도장공으로 활동 중인 근황을 전했다./사진=유튜브 채널 '열현남아' 영상

오지민은 현재 아이돌 활동 대비 현재 직업 만족도에 대해 "그때와 지금과 결이 다르기는 하지 않나. 현재를 살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 이건 제가 하는 만큼 보상이 돌아오니까 굉장히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돌 활동을 그만둔 이들은 "댄스학원 강사, 유튜버, DJ 등 다양한 일을 한다. 그걸 한평생 했으니까"라면서도 이들과 달리 자신은 건설 현장직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어떤 걸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하다가 두세 달 고민하고 마음 정하고 제대로 시작했다. 만족도 120%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있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구독자 6만5000여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열현남아'는 '노가다'로 불리는 공사 현장 이미지를 개선하고 젊은이들이 현장 기술직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페인트, 목수, 철거, 타일, 배관 등 공사 관련 분야 기술직 현실과 비전을 알리고 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