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후]하이브 시총 '8500억 순삭'… 민희진, 도대체 누구길래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 vs 민희진 "뉴진스 카피가 본질"…갈등 이어져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4.24 11:15  |  조회 13879
뉴스와 이슈 속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뉴스와 이슈를 짚어봅니다.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 하이브(HYBE) 사옥 전경./사진=어도어(ADOR) 제공, 뉴스1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 하이브(HYBE) 사옥 전경./사진=어도어(ADOR) 제공, 뉴스1

하이브와 그룹 '뉴진스' 소속사이자 하이브 레이블인 '어도어'(ADOR)의 민희진 대표가 갈등을 빚고 있다. 하이브는 민희진의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제기했고, 민희진은 갈등의 본질이 하이브 신생 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라고 받아치며 대립각을 세웠다.

'방탄소년단(BTS)'의 아버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뉴진스 엄마'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대립에 업계는 물론 대중도 술렁이고 있다.



소녀시대·엑소 콘셉트 주도…"K팝 브랜딩 혁신가" 평가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 /사진=어도어 공식 인스타그램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 /사진=어도어 공식 인스타그램

민희진(45)은 아이돌 그룹의 독창적인 콘셉트를 만들어낸 혁신적인 디렉터로 주목받아온 인물이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영향을 미친 여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매체는 "K팝 브랜딩·디자인 혁신가다. 아이돌 그룹의 새 시대를 연 '콘셉트' 개념을 재창조한 인물"이라고 민희진을 높이 평가했다.

처음부터 이 분야 금수저나 큰 손은 아니었다. 2002년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 공채로 입사해 그룹 소녀시대, 샤이니, f(x), 레드벨벳, 엑소 등 SM 소속 아이돌들의 콘셉트를 주도했고, 입사 15년 만인 2017년 SM 등기이사가 됐다.

비주얼 디렉터로 시작해 대형 기획사 임원 자리에까지 오른 데 민희진의 남다른 디렉팅 감각이 한몫했다.

그룹 소녀시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그룹 소녀시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SM에서 2009년 이후 발매된 많은 앨범 콘셉트와 앨범 아트들이 민희진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신입사원이었던 그는 소녀시대의 그룹명이 정해지자 당시 SM 총괄 프로듀서였던 이수만에게 직접 이미지맵을 만들어 소녀시대 콘셉트에 대해 프레젠테이션했다고 한다.

소녀시대 'Gee'의 알록달록한 스키니진, 엑소의 세계관과 '으르렁' 교복 콘셉트, 레드벨벳 '빨간맛' 등은 모두 민희진이 주도해 탄생시켰다. 2013년 f(x)의 정규 2집 '핑크 테이프' 역시 몽환적이고 독특한 콘셉트로 민희진의 '역작'으로 꼽힌다.



번아웃에 SM 떠난 후 하이브 복귀…'연봉 5억' 신임받아


그룹 뉴진스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민희진 인스타그램
그룹 뉴진스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민희진 인스타그램

승승장구하던 민희진은 등기이사 승진 약 2년 만인 2018년 말 SM에서 퇴사했다. 소문이 무성했지만 민희진은 '번아웃 증후군'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20~30대를 일에 바쳤다고 생각한다"며 "자학과 자기 검열이 너무 심했다"고 털어놨다.

은퇴 내지 한동안 쉴 것처럼 보였지만 SM 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019년 하이브 CBO(Chief Brand Officer)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민희진의 감각을 신임했던 하이브는 그에게 용산 브랜드 디자인 총괄, 신사옥 공간 디자인 등을 맡기기도 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CEO)의 연봉 5억900만원보다 많은 5억2600만원 연봉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4대 엔터사 중 연봉 5억원 이상을 받은 유일한 여성이었다.

이후 민희진은 하이브 자본을 수혈받아 2021년 11월 레이블 '어도어'를 설립했다. 방시혁 의장과 사이가 틀어져 분가했다는 소문이 많았다. 2022년 그룹 뉴진스를 탄생시켰다. 민희진이 직접 멤버 5명의 캐스팅부터 트레이닝·음악·퍼포먼스·매니지먼트 시스템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K팝 업계에서 약 20년간 내공을 쌓아온 '민희진 표 걸그룹'에 대한 기대감은 어마어마했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뉴진스 멤버들은 패션 브랜드 '구찌' '셀린느' '디올' 등의 앰버서더로 발탁됐고, 휴대폰, 금융 등 각종 광고를 휩쓸며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 광고 시장에도 영향력을 입증했다. 이들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민희진, 경영권 탈취 의혹에…"본질은 뉴진스 베끼기"


연예기획사 하이브 산하에 있는 레이블 간에 '카피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은 위부터 뉴진스와 아일릿. /사진=어도어
연예기획사 하이브 산하에 있는 레이블 간에 '카피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은 위부터 뉴진스와 아일릿. /사진=어도어

그러나 하이브와 손 잡은 지 5년 만에 민희진은 경영권 탈취 의혹에 휘말리며 반역자로 몰렸다. 민희진은 한 인터뷰를 통해 "제가 가진 18%의 지분으로 어떻게 경영권 탈취가 되겠느냐"라며 "80% 지분권자인 하이브 동의 없이 어도어가 하이브로 독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일을 도모했다는 하이브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갈등의 본질은 '뉴진스 베끼기'라는 주장을 내놨다.

지난 22일 어도어 측은 "어도어 및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아일릿 티저 사진이 발표된 후 '뉴진스인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온라인을 뒤덮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일릿을 뉴진스의 '아류'라고 표현하며 "어도어는 하이브나 빌리프랩 등 어느 누구에게도 뉴진스 성과를 카피하는 걸 허락하거나 양해한 적이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한 어도어 측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다"며 "하이브가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아무 거리낌 없이 카피한 것"이라고 방시혁을 직접 겨누기도 했다.



"뉴진스 카피" 주장한 민희진…"창작 독립·무간섭 1순위였다"


민희진이 이런 발언을 한 배경에는 그가 지켜온 신념인 '독립성' '독창성'을 하이브가 해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희진은 지난해 1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처가 어디든 '창작의 독립', '무간섭'의 조항은 1순위였을 거라 사실 꼭 하이브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창작 자유와 그 고유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또 2022년 '비애티튜드' 인터뷰에서도 "제가 그리는 큰 그림을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가 원하는 음악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캐스팅, 트레이닝, 디자인, 사업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레이블을 설립한 것이기도 하다. 청사진이 확실할수록 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희진은 지난달 데뷔 후 '뉴진스 닮은꼴'로 언급된 걸그룹 '아일릿'이 자신이 탄생시킨 '뉴진스'의 독창성을 해치고 있다고 판단, 이들을 탄생시킨 하이브를 정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어도어 측은 하이브·빌리프랩에 뉴진스 이미지 소모 등 피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답변을 미루던 하이브가 민희진의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영권 탈취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민희진 주장과는 달리 어도어 경영진이 싱가포르투자청 등 글로벌 국부펀드에 회사 매각을 검토한 정황이 하나둘 보도되기 시작했다. 또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 '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 등 하이브를 압박해 독립하려는 의도가 담긴 문건도 나왔다. 글쓴이는 혼자 생각이었을 뿐이라며 민희진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진실은 민희진을 상대로 곧 있을 하이브발 민·형사상 소송에서 확인될 일이다.

'경영권 탈취'냐 '뉴진스 베끼기'냐. 내홍으로 증발한 하이브의 시가총액이 8500억원이 넘는다. 애꿎은 주주들만 피멍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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