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황선홍 "한국 축구, 시스템 바뀌어야…격차 더 커질 것"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 실패…황선홍 "책임 통감" 사과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4.27 14:39  |  조회 6897
황선홍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선홍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황선홍 감독과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본진은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마치고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한 건 1984 LA 올림픽 이후 40년 만이다. 1988 서울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이어온 세계 최다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기록은 9회에서 멈추게 됐다.

이날 취재진 앞에 선 황선홍 감독은 "모든 분들, 그리고 우리 선수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인 나에게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은 앞으로도 많이 성장해야 하고, 또 어려운 가운데 최선을 다해줬다고 생각한다. 비난보단 격려를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선홍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선홍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선홍 감독은 올림픽 출전권 확보 실패에 대해선 사과하면서도 부실한 한국 축구 시스템에 대해서는 거침 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황선홍 감독은 "핑계 같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연령별 팀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지금의 시스템이면 (세계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같이 노력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며 "반드시 연령별 대표팀은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지금처럼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 역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작년 9월에 집중해야 했다. 올림픽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로는 아시아권에서도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없고,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3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 이후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당시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감독 겸직에 대한 부담이 있을 거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그게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는 것이다. 이게 구구절절 얘기한다고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정말 마음 한편으로 굉장히 무겁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선홍 감독은 현재 공석인 A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군에 오른 상태다. 황선홍 감독은 이후 거취에 대해선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많이 지쳐있다. 우선은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은 카타르 현지에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와 A대표팀 사령탑 관련 면담을 가졌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그는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음을 생각하고 뒤에서 작업하고 그런 거 안 한다. 그건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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