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해도 "클럽 음악에 묻혀"…50명 숨진 '미 최악의 테러'[뉴스속오늘]

300명 인파 몰렸던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서 총기 난사 사건 발생…용의자, 평소 성소수자 혐오 발언 일삼아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4.06.12 05:30  |  조회 16305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6년 6월12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참사 이후 6살 아이가 임시 추모소에 종이 꽃을 세우고 있다. /사진=/AFPBBNews=뉴스1
2016년 6월12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참사 이후 6살 아이가 임시 추모소에 종이 꽃을 세우고 있다. /사진=/AFPBBNews=뉴스1
2016년 6월12일(현지시간) 오전 2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나이트클럽 '펄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약 300명의 인파가 모여 있던 현장에서는 큰 음악 소리로 인해 총소리를 듣지 못해 무수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무려 50명, 부상자는 53명으로 9.11 테러 이후 벌어졌던 미국 최악의 테러 사건이었다.

범인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당시 29세)이었다. 사건 초반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영향을 받은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으나, 이후 마틴이 평소 동성애 혐오(호모포비아) 발언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소수자 증오범죄임이 밝혀졌다.



◇클럽 음악에 총소리 못 들어 피해 증가…숨은 사람까지 찾아내 죽인 잔혹한 범죄자



2021년 6월12일(현지시간) 미국 FBI 요원들이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오마르 마틴이 최소 50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펄스 나이트클럽의 손상된 뒷벽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AFPBBNews=뉴스1
2021년 6월12일(현지시간) 미국 FBI 요원들이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오마르 마틴이 최소 50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펄스 나이트클럽의 손상된 뒷벽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AFPBBNews=뉴스1
당시 클럽은 커다란 음악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총소리가 시작됐을 때에 대해 일부 인파는 "효과음인 줄 알았다"라고 증언했다. 이후 비명과 피 흘리는 사람들을 본 목격자들이 탈출하기 시작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마틴은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문과 창문을 봉쇄했다. 그는 숨어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내 총을 쐈다. 실제로 화장실에 숨었던 한 남성은 어머니에게 "경찰을 불러달라" "화장실에 숨어있다" "그가 곧 올 거다. 난 곧 죽을 거다" "사랑한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사망자 명단에 올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범행 전 마틴은 소총과 권총, 폭발물로 무장했다. 그는 경찰이 지키고 선 정문이 아닌 감시가 허술한 쪽문으로 입장했다. 뒤늦게 총기 난사 사태를 파악한 올랜도 경찰이 총격을 가했고 마틴은 함께 총을 쏘며 사람들을 인질로 붙잡았다. 3시간가량 경찰과 대치하던 마틴은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다행히 마틴의 몸에 있던 폭탄은 해체됐다.

마틴은 사설 경비업체 직원으로 근무 중이었다. 전과는 없으며 교정국 수습 직원으로 일한 경력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뒤 팔레스타인계 아랍인과 재혼해 3살 난 아들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장소, 게이 나이트클럽으로 밝혀져…국내 스타들 애도했다가 뭇매



미국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지드래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던 애도 게시물.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이 쏟아지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사진=지드래곤 인스타그램
미국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지드래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던 애도 게시물.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이 쏟아지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사진=지드래곤 인스타그램
사건이 벌어진 나이트클럽 펄스는 근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이 클럽(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클럽)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소수자만 입장하는 곳은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애도의 뜻을 보낸 가운데, 국내에서도 사건이 알려진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성소수자 단체의 희생자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당시 올랜도 출신의 한 회원의 제안으로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는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단체는 "피해자와 생존자들, 친구들과 가족들, 올랜도 시의 사람들, 그리고 미국 및 전 세계의 퀴어들과 그들의 공동체에 조의를 표한다"라고 전했다.

해당 참사에 애도의 뜻을 비친 스타들은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무지개색 하트 사진을 게재했다가 성소수자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일삼는 댓글이 쏟아지자 글을 삭제했다.

2AM 조권 역시 인스타그램에 #prayforolando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기도하는 그림과 무지개 그림을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이 같은 스타들의 행보에 한 누리꾼은 "성소수자라고 해서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범인, 총기 합법적으로 구매…미국 총기 규제 현황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공원에서 2021년 6월12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게이클럽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석해 "올랜도를 위해 기도하라"고 씌여진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공원에서 2021년 6월12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게이클럽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석해 "올랜도를 위해 기도하라"고 씌여진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랜도 경찰에 따르면 마틴이 범행에 사용한 글록(Glock) 17 권총을 범행 일주일 전 합법적으로 구매했으며 돌격소총 시그 소어 MCX 는 그보다 하루 전에 구매했다. 또 그가 클럽 밖에 세워 놓은 차 안에서도 38구경 총 한 자루가 발견됐다.

돌격소총은 방아쇠를 당기고 있으면 연사가 가능한 전자동과, 단발형이지만 자동으로 재장전하는 반자동 총기로 나뉜다. 전자동 무기는 1986년 이후로 지금까지도 불법이다. 미국에 유통되는 총기 대부분이 반자동이다.

미국 법원은 AR-15와 AK-47 등 18개 총기를 반자동 돌격소총으로 지칭하고 10년간 금지했으나, 2004년 해당 법률이 만기 되자 "돌격소총의 불법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총기 난사 피해자들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제를 연장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 이후 61명의 사망자와 867명의 부상자를 낸 2017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등으로 현지에서는 꾸준히 총기 규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022년 미국은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사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한 총기 규제법을 통과시켰다. 18∼21세의 총기 구매 시 신원 조회를 위해 미성년 범죄와 기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고,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의 정신 건강 상태를 당국이 최소 10일간 검토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데이트 상대를 포함해 가정폭력 전과자에 대해 총기 판매를 금지하도록 하고 총기 판매업자에게 신원 조회 의무를 부여하고 총기 밀매 처벌을 강화하도록 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세를 하던 도중 "미국에서 살상 무기를 규제할 것"이라며 "우리는 전미총기협회(NRA)를 무찌를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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