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이승환 공연 취소'에…"예술 탄압" "취소 피해보상" 항의 빗발쳐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12.23 16:31  |  조회 647
가수 이승환. /사진=이승환 인스타그램
가수 이승환. /사진=이승환 인스타그램
경북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의 구미 콘서트 개최 이틀 전 대관 취소를 알리자 구미시청 홈페이지에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오전 11시 "문화예술회관의 설립 취지, 서약서 날인을 거절한 점,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대관을 취소한다"며 이승환 콘서트의 대관 취소 결정을 알렸다.

이승환 콘서트는 오는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며, 1200석 규모 티켓이 모두 완판된 바 있다.

공연 취소에는 구미시 측이 이승환 측에 요구한 서약서 영향도 있었다. 김 시장은 "지난 20일 이승환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승환 측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이승환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미시가 요구한 서약서를 공개했다. 서약서에는 '대공연장 내 관람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겠음',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이승환은 "대관 규정 및 사용 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의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 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2024. 12. 22.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는다"며 "제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오해'는 또 뭐냐. '여러분 요즘 답답하시죠?' '여러분 요즘 좀 편안하시죠?' 어떤 말도 오해가 되는 상황이니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거 아니냐"라고 적었다.

이승환은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받아야만 하다니"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구미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캡처
/사진=구미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캡처
이승환 콘서트 취소 소식이 알려진 지 5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 구미시 온라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에 대한 찬반 게시물이 320여 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예매한 사람들한테 의사도 안 물어보고 누구 마음대로 콘서트를 겨우 이틀 남기고 취소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3개월 전에 예매한 콘서트인데 어디 무서워서 앞으로 구미에 콘서트 예약하겠나. 애초에 가수들도 갑자기 취소될까 무서워 대관조차 못 하겠다. 이거 어떻게 보상할 거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제 구미에서 공연은 없다고 봐야겠다. 공연하려면 가수의 정치 성향을 검열할 테니. 앞으로 구미는 낙오의 도시가 되겠네요. 공연이나 문화 생활 즐기려면 어디로 가야하나? 가수가 구미에서 앞으로 공연하겠나. 정치 성향 검열당하고 서약서 써야 하는데"라고 꼬집기도 했다.

다른 누리꾼은 "구미시가 극우단체의 악성 민원에 휘둘려서 예술을 탄압했다"며 "문화 예술마저 자유롭게 누리지 못하는 도시에 살고 싶어 하는 시민은 없다"고 적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 달 전부터, 준비한 크리스마스 일정이다. 티켓값 취소 수수료뿐만 아니라 숙박, 기차 예매 취소 수수료와 25일 구미 가려고 비워 둔 내 일정에 대해 책임져라"라며 보상을 요구한 누리꾼도 있었다. 또한 "적법하지 않은 이승환 콘서트 취소, 인정할 수 없다. 구미시는 똑바로 피드백하고 구미시민들의 세금이 아닌 담당자 사비로 위약금을 해결하라"라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이승환 콘서트 반대를 외친 누리꾼들은 김 시장의 결정에 "이승환 공연 취소 찬성한다","구미시장님 이하 공연 관계자분들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 "시장님 응원합니다", "구미시장님 진정한 애국자이십니다", "구미시의 취소 결정을 존중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는 이승환은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 소추안 가결을 앞둔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최된 탄핵 촉구 집회 공연에 무보수로 참여했다.

이후 자유대한민국수호대 등 13개 보수단체는 구미시청 앞에서 이승환 공연 개최를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고, 경북 구미시청 입구에는 '이승환 구미 공연 반대'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보수단체 측은 "대통령 탄핵으로 경제와 정치가 위기에 몰린 이 중대한 시국에 탄핵 찬성 무대에 올라 정치적 발언으로 국민 분열에 앞장선 이승환의 구미 공연은 즉각 취소해야 한다"며 "콘서트를 빙자한 정치적 선동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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