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시고 배탈·구토" 알고 보니 낙동강에 '독극물'…부산·대구 '발칵'[뉴스속오늘]
1994년 낙동강 폐수 유출사건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5.01.13 06:00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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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사진=유튜브 채널 '크랩' 갈무리 |
수질검사에는 부산, 대구, 마산, 달성 등의 정수장에서 떠온 물이 사용됐는데 모두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 사실상 낙동강 전역에서 독성 물질이 발견된 셈이다.
당시 환경부는 검출된 성분들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당분간은 낙동강 수돗물을 끓여 마시라"고 당부했다.
수돗물에서 난 역겨운 냄새…공장 폐수 유출이 원인
1994년 연초부터 수돗물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지자체와 관공서에 들끓었다. 물을 마시고 구토와 배탈을 호소하는 환자도 속출했다.
강물에서 나는 악취의 원인은 공장 폐수였다. 공장들이 제대로 된 폐수처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강물로 유출한 것. 강물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암모니아성 질소 성분이 걸러지지 않아 심각한 냄새가 진동했다.
조사 결과 그해 1월3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에 이어 6일 영주공단 삼양금속 폐유 유출, 11일 김천공단 삼화유량 기름 유출 등이 적발됐다. 밝혀진 것 외에도 당시 유해 물질을 강에 버린 업체들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추측됐다.
경상도 지역 사람들은 "끓인 물도 믿을 수도 없고 정수기에 물을 걸러도 소용이 없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당시 불법이었던 시판용 생수도 비싼 값에 불티나게 팔렸다.
3년 전 페놀 30t 유출사건에 이어 또…수도 요금 납부 거부 운동 일어나
1991년 낙동강 폐수유출사건 다룬 방송 /사진=JTBC '사건반장' |
암모니아 성분이 검출된 데 이어 발암물질까지 나오자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벤젠은 두통과 매스꺼움을 유발하고 심하면 백혈병을 일으키는 유독 물질이다. 톨루엔도 흡입하면 현기증과 두통을 유발한다. 미국은 벤젠과 톨루엔을 1급 유해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두 물질은 휘발성이 강해 강물에 섞이더라도 보통 검출되지 않지만, 그런데도 시료에서 검출돼 원래 유출량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폐수 유출사건 3년 전인 1991년, 낙동강에 페놀 유출사건이 발생했다. 구미공업 단지 내 두산전자의 페놀 연결관이 파열돼 페놀 30t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었다. 대구와 부산 등지에서는 취수가 중단되기도 했다.
낙동강에서 폐수 유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성난 시민들은 지역 환경단체들과 수도 요금 납부 거부 운동을 펼쳤다.
낙동강, 30년간 폐수 유출에 시달려…아직도 물 불신 중인 현지 시민들
2024년 8월20일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가 낙동강 녹조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강물을 채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현재도 낙동강은 4대강 가운데 오염이 가장 심각한 상태다. 녹조 현상으로 인해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급등하는 등 아직도 독극물에 시달리고 있다.
낙동강에서는 1991년 1994년 사고 이후에도 2004년 발암물질 1,4-다이옥산 검출, 2006년 갑상선 장애 유발 물질 퍼클로레이트 검출, 2008년 페놀 유출, 2009년 1,4-다이옥신 유출, 2012·2013년 불산 등이 검출, 2018년 발암물질 과불화합물 검출 등 발생한 수질오염사고만 9건 이상에 달한다.
잦은 식수 오염 사고로 인해 대구 시민들은 지금도 먹는 물에 대한 불신이 크다. 이에 대구시에서는 수돗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수질검사 항목을 확대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낙동강 수계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미규제 오염물질과 미량 유해 물질에 대한 추적 분석을 통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종물질 특별관리로 낙동강 7개 지점에 대해 총 188개 항목의 수질검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든 항목이 물 수질기준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노인, 아동, 장애인, 노숙인 시설 등 신청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2025년 지하수 무료 수질검사를 실시하는 등 먹는 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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