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도 성폭행한 교주 지키려…방송국 테러한 사이비 신도들[뉴스속오늘]

만민중앙교회 MBC 습격 사건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25.05.11 06:00  |  조회 5276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만민중앙교회 전 당회장 고(故) 이재록 교주 생전 모습 /사진=MBC 'PD수첩', GCN
만민중앙교회 전 당회장 고(故) 이재록 교주 생전 모습 /사진=MBC 'PD수첩', GCN
1999년 5월11일 밤. 한국 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 사이비로 규정한 만민중앙교회 신도 약 200명이 여의도에 있던 문화방송(MBC)의 본사 사옥 내부를 급습해 방송 송출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문화방송(MBC)이 당회장 이재록 교주의 성추문과 교회의 비리 등을 파헤친 방송을 예고하자 벌어진 일이었다.

큰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고가의 방송국 장비가 다수 훼손됐다. 이후 MBC 측은 손해배상 소송서 일부 승소하면서 신도들로부터 6억9000여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누구?


1982년 만민중앙교회를 개척한 이재록 /사진=MBC 'PD수첩' 방송화면
1982년 만민중앙교회를 개척한 이재록 /사진=MBC 'PD수첩' 방송화면
1982년 만민중앙교회를 개척한 이재록은 자신이 신비한 치유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권능을 가진 존재라며 목발을 짚고 나온 신자가 기도 후 목발 없이 걷는 모습, 휠체어를 탔던 환자가 일어나 걷는 모습 등의 간증 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병을 고치기 위한 많은 사람이 교회로 모여들었고 만민중앙교회는 신도 수 수만명을 거느린 대형 교회가 됐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교회에서는 "'나을 것'이라고 미래형으로 얘기하는 건 믿음이 없는 행위"라며 치유를 바라는 신도들에게 항상 '치료받았다', '나았다', '깨끗해졌다'고 얘기하라고 가르쳤다.

이재록은 1990년 10월 이단성을 문제로 예수교대한성결교회에서 제명 처분당했다. 하지만 이를 속이고 계속해서 교회를 운영했다. 1998년 12월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이재록 목사와 만민중앙교회를 사이비로 규정했다.

이후 이재록에게 피해를 보았다며 이탈하는 신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사이에서는 이재록이 도박, 음주 소동을 벌이고 어린 여성들과 집단 난교 등을 벌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악의 방송사고, 신도 2000명이 한밤중 MBC 습격…방송사고 밈으로 회자되기도



1999년 5월11일 화요일 밤 MBC 내부조종실을 습격한 만민중앙교회 신도들 /사진=MBC 'PD수첩' 방송 갈무리
1999년 5월11일 화요일 밤 MBC 내부조종실을 습격한 만민중앙교회 신도들 /사진=MBC 'PD수첩' 방송 갈무리
이에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PD수첩에서는 1999년 5월11일 화요일 밤 '이단파문! 이재록 목사! 목자님! 우리 목자님!' 이라는 제목의 특집을 방영하기로 했다. 해당 방송분에는 이 목사의 성폭행 피해자들의 인터뷰와 녹취록과 함께 만민중앙교회의 실태를 파헤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방영 전 이재록 측은 방영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신청 일부를 받아들이면서 "이재록과 여자 신도 사이의 성추문 등 목사의 사생활은 방영하지 말라"고 판결했다. MBC 측은 이에 따라 이재록의 사생활 부분은 편집하고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신도들은 프로그램의 방송 자체를 막지 못하자 방송 예정일이던 11일 밤 MBC 주조정실에 난입했다. 무려 2000명의 신도가 방송국 주변을 점거했고 200명가량이 내부로 진입했다. 이들은 내부 장비를 파손시켜 방송 송출을 중단시켰고 방송국에 있던 송출부 직원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방송국 테러 사건으로 인해 다큐멘터리 '자연은 살아있다'를 긴급 송출한 장면 /사진=MBC 'PD수첩' 방송화면
방송국 테러 사건으로 인해 다큐멘터리 '자연은 살아있다'를 긴급 송출한 장면 /사진=MBC 'PD수첩' 방송화면
방송은 시작 8분 만에 중단됐고 당시 남산 송신소는 보관 중이던 다큐멘터리 '자연은 살아있다' 중 아프리카 얼룩말 생태를 다룬 에피소드를 긴급 송출했다. 시청자들은 미처 끊어지지 않은 본방송과 비상송출 방송이 번갈아 나오는 화면을 목격하게 됐다.

본방송 중 얼룩말이 나오는 장면은 이후 MBC 예능 '무한도전' tvN 드라마 '감자별 2013QR3' 등 여러 방송에서 '밈'처럼 활용되기도 했다.

2000년 11월 MBC는 만민중앙교회와 그 신도들을 상대로 낸 27억여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이들로부터 6억9000여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성폭행 등 혐의로 징역 16년형…복역 중이던 2023년 80세 나이로 사망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당회장이 2018년 신도 성폭력 의혹을 받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DB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당회장이 2018년 신도 성폭력 의혹을 받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DB
이재록은 치유의 권능을 내세우며 자신을 성령화했다. 그는 20대 초중반의 어린 여성 신도들을 불러내 자신의 행위를 종교적인 것으로 포장하며 성폭행을 저질렀다.

견디다 못한 피해자들은 결국 교회를 이탈, 2018년 4월 이재록을 고소했다. 이재록은 수년간 만민중앙교회 소속 여신도 9명을 40여차례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받았다. 그런데도 신도들은 당회장은 죄가 없다며 "사랑합니다" "거짓 증언 중단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무죄를 주장했다.

MBC는 신도 습격사건으로부터 20년 후에야 이재록과 만민중앙교회를 다룬 방송을 제대로 송출했다. 이들은 2019년 1월29일 'PD수첩-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편을 통해 이재록의 성폭행 사건 등을 폭로했다.

이재록은 2019년 8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징역 16년을 선고받고 대구교도소에 복역했다. 그는 2023년 3월 말 대장암 말기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투병 중 그해 12월31일 향년 8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현재 만민중앙교회는 딸 이수진씨가 당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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