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부사장, '에버랜드' 패션사업도 지휘할까?
파슨스 출신 이서현 부사장, 패션에 '각별'..이부진 사장과 협업 전망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3.09.23 16:34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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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3 호암상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사장(왼쪽)과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사진=이동훈 기자 |
제일모직이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오너 3세인 이서현 부사장의 역할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패션을 떼 낸 제일모직과 패션을 품은 삼성에버랜드에서 각각 이 부사장이 어떤 경영 수단을 발휘할지 주목받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미국 뉴욕의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지난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10년 넘게 그룹의 패션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구호'와 '준지' 등 굵직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키운 것은 물론 토종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아웃도어 브랜드 '빈폴아웃도어' 등을 내놓을 때도 이 부사장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이 부사장은 패션 사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은 그러나 제일모직에서 패션 사업에만 치우치지 않았다. 케미칼과 전자재료 등의 주요 사업도 기획단계서부터 그가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서현, 패션사업 계속 진두지휘할까=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이 부사장은 에버랜드로의 양도 이후에도 패션 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제일모직 패션 사업을 공개 매각하지 않고 내부에서 품은 것은 그만큼 그룹 뿌리인 패션사업에 애정이 크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패션은 전문성이 강한 분야여서 이 부사장이 사업을 맡아 언니인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협업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 부사장은 사업 양도일인 12월1일까지 제일모직에서 현 직책과 직무를 그대로 수행할 예정이다.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맡을 지는 12월 사장단 인사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패션 사업 양도가 '이재용=전자·금융', '이부진=호텔·서비스', '이서현=패션·광고' 등 삼성가 3세들의 역할 구도에 큰 변수가 아닌 것도 이 부사장의 삼성에버랜드 합류 시나리오에 힘을 싣는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올 연말 인사에서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르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패션사업 재편, 이부진-이서현 모두 '윈윈'=이번 패션사업 양도로 제일모직과 에버랜드 모두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제일모직은 패션부문 매각자금을 수원 전자소재단지 입주와 독일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재료업체 '노바올레드' 인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3조원대 매출이 5조원 규모로 커지는 한편 테마파크 사업에 디자인.패션 역량을 접목해 좀 더 서비스 역량을 높일 수 있다.
제일모직에서 실적부진으로 기를 펴지 못했던 패션사업도 삼성에버랜드로 옮겨지면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신성장 동력이 된다.
이재용(25.1%), 이부진(8.4%), 이서현(8.4%) 남매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에버랜드의 내부거래 비중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현재 삼성에버랜드 계열사 거래 비중은 49%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 기업(오너가 지분 3% 이상 보유 그리고 내부거래 비중 20% 이상)이다.
그러나 이번 패션 부문 양수로 에버랜드 매출(지난해말 기준)이 3조37억원에서 4조7788억원으로 늘어나면 내부거래 비중은 종전 49%에서 32%로 떨어진다. 이는 여전히 공정위 과세기준인 20%를 넘어서지만 향후 매출을 올려 일감 몰아주기 굴레에서 벗어날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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