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음악 틀고 11살 아이들에 총기 난사…1시간 지켜만본 경찰[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4.05.24 05:36  |  조회 7478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2년 5월 24일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미국 텍사스 유발디의 롭 초등학교 밖에 세워진 임시 기념비 모습./AFPBBNews=뉴스1
2022년 5월 24일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미국 텍사스 유발디의 롭 초등학교 밖에 세워진 임시 기념비 모습./AFPBBNews=뉴스1

2022년 5월 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를 하기 전 이날 오전 당시 66세였던 외할머니를 먼저 쏘고 달아났다.

범인은 고등학교 졸업을 못 한 것을 두고 할머니와 말다툼하다 그의 얼굴에 총을 쐈고, 외손자의 총격에 할머니는 경찰에 신고 후 이웃집으로 가 구조 요청을 한 뒤 병원으로 실려 가 목숨을 건졌다.

오전 11시 30분. 범인은 할머니 트럭을 몰고 초등학교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배낭과 소총 한 자루를 들고 학교 뒷문으로 들어갔다. 범인이 학교 안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를 제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장에 있었어야 할 학교 전담 경찰은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범인은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있는 교실 두 곳으로 향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111호, 112호 교실이었다. 희생자들은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

범인은 학교에 들어선지 몇 분도 안 돼 교실로 들어가 문을 막고 총기 난사를 시작했다. 그의 총에는 수백 발의 총알이 장전된 상태였다.



4학년 교실 난입해 총 난사…"잘자" "죽을 시간이야" 말한 총격범


생존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4학년 학생들은 애니메이션 '릴로와 스티치'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 두 선생님은 건물에 총격범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한 선생님이 교실 문으로 향한 순간 총격범과 눈이 마주쳤다.

범인은 선생님을 교실 안으로 밀어 넣은 뒤 "잘 자"(Good Night)라고 말한 뒤 총을 쏴 살해했으며, 그 후 슬픈 음악을 틀었다고 한다. 생존자인 미아 세리요(당시 11세)는 "사람들이 죽기를 바라는 음악처럼 들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생존자인 새뮤얼 살리나스(당시 11세)는 "범인이 들어와 '너희들은 다 죽을 거야'(You're all gonna die), '죽을 시간이다'(It's time to die)라고 말하고 막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911에 구조 요청 전화를 했지만 범인은 교실 문을 잠근 뒤 바리게이트를 치고 총을 난사했고, 19명의 아이가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선생님 에바 미렐레스, 이르마 가르시아 역시 아이들과 함께 희생됐다.



합법 총기 구매한 18살 소년…"초등학교에 총 쏠 것" SNS에 범행 예고


2022년 5월 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발데에서 벌어진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범인인 살바도르 라모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사진=살바도르 라모스 인스타그램
2022년 5월 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발데에서 벌어진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범인인 살바도르 라모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사진=살바도르 라모스 인스타그램

범인은 라틴계 미국인인 18세 소년 살바도르 라모스였다.

라모스는 할머니를 쏜 뒤 초등학교에 난입하기 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독일의 15세 소녀에게 1차 범행을 고백하고, 이후 범행을 예고했다.

라모스는 초등학교 총기 난사 30분 전,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할머니를 쏠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할머니를 쐈다"고 했다. 2차 범행 15분 전에는 "초등학교를 쏠 예정"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는 비공개 일대일 메시지로, 라모스의 범행 이후 발견됐다.

라모스는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로 인해 가정환경이 늘 불우했고, 어렸을 때부터 말을 더듬는 등의 언어 장애로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내성적이었던 라모스는 공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라모스가 일하던 음식점 매니저는 "대부분 혼자 지냈다. 조용한 타입이었고, 다른 직원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함께 일한 동료는 라모스에 대해 "그는 때때로 소녀들에게 매우 무례했고, '내가 누군지 아냐?'고 물으며 위협하기도 했다. 여성들에게 부적절한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2004년생인 라모스는 17살이던 2021년부터 총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생일인 5월 16일이 지나 총기를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18살이 되자마자 자신이 점찍어 뒀던 반자동 소총 2정과 이를 위한 5.56구경 총알 375발을 구입했다. 인스타그램에 두 소총이 나란히 놓인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라모스는 총기 난사 당시 100여 발을 쐈고, 범행에 앞서 총알 1657발과 탄창 58개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기 난사를 인질극으로 오판한 경찰…21명 목숨 구할 기회 놓쳤다


2022년 5월 27일 스티븐 맥크로 텍사스 공공안전국장은 미국 텍사스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경찰 지휘관은 당시 총기난사가 아닌 인질극으로 전환된 것으로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며 "최대한 빨리 경찰이 진입했어야 했다. 바로 교실에 들어가 범인을 제압핮 않은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AFPBBNews=뉴스1
2022년 5월 27일 스티븐 맥크로 텍사스 공공안전국장은 미국 텍사스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경찰 지휘관은 당시 총기난사가 아닌 인질극으로 전환된 것으로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며 "최대한 빨리 경찰이 진입했어야 했다. 바로 교실에 들어가 범인을 제압핮 않은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AFPBBNews=뉴스1

11살의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끔찍한 총기 난사로 충격을 안긴 이 사건은 경찰의 실책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총기 난사를 인질극으로 오판해 아이들을 구조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총격이 벌어지고 있던 당시, 교실 밖 복도에는 19명의 경찰이 배치됐지만 총격범을 제압하지 않았다. 이들은 전술팀을 기다리느라 사건 현장에서 1시간을 허비해 분노를 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학부모들은 학교로 들어가 아이를 구출하려 했지만 경찰은 이를 저지했다. 한 학부모는 "내가 직접 들어가 처리할 테니 총과 방탄조끼를 빌려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안 된다고 했다"며 답답해했다. 이번 사고로 아이를 잃은 유가족은 "경찰의 임무는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구하는 거다. 기다리는 게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경찰이 머뭇거리는 사이 11살 어린 아이들은 피를 뒤집어쓰고 죽은 척하며 총격범을 속여 살아남기도 했다.

총격범은 사건 발생 1시간 14분 만에야 제압됐다. 범인을 제압한 건 텍사스 경찰이 아닌 현장에 도착한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의 세관국경보호국 소속 국경순찰대 전술부대 대원들이었다.

국경순찰대 전술 대응팀원 3명과 수색 구조팀원 1명이 마스터키를 이용해 잠긴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가자 라모스는 총을 난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요원들은 자수를 권했지만 라모스는 총을 쏘며 저항하다 교전 끝에 사살됐다. 이 과정에서 국경순찰대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스티브 맥크로 텍사스 공공안전 국장은 "경찰 지휘관은 당시 총기 난사가 아닌 인질극으로 전환된 것으로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며 "최대한 빨리 경찰이 진입했어야 했다. 바로 교실에 들어가 범인을 제압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이번 사건으로 범인 라모스와 학생 19명, 선생님 2명 등 총 22명이 사망했고, 라모스의 외할머니와 국경순찰대원 2명 등 총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과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 이어 3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미국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며, 미국 텍사스주의 사상 최대 규모의 총기 난사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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