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 '못질 훼손'…KBS "머리 숙여 사과"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5.01.02 20:57  |  조회 1029
지난달 30일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병산서원 기둥에 못을 박아 등을 걸고 있는 모습. /사진=건축가 민서홍 SNS(소셜미디어) 캡처
지난달 30일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병산서원 기둥에 못을 박아 등을 걸고 있는 모습. /사진=건축가 민서홍 SNS(소셜미디어) 캡처
KBS가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병산서원을 훼손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KBS는 2일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제작진의 문화재 훼손에 대해서는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이다"며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해당 드라마 책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는 "드라마 촬영과 관련한 이 모든 사태에 대해 KBS는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앞서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의 문화재 훼손은 이날 건축가 민서홍 씨가 "병산서원 목격담을 기록한다"며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졌다.

이 글에 따르면 민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쯤 병산서원에 들렀다. 당시 주차장 인근에는 KBS 드라마 촬영 차량 약 7여대의 버스와 트럭들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방송 촬영 중임을 예상하며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민씨는 제작진이 문화재 일부를 훼손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서원 내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며 "둘러보니 이미 만대루 기둥에는 꽤 많은 등이 매달려 있었다"고 했다.

실제 공개된 사진에는 방송 스태프들로 보이는 이들이 만대루 나무 기둥 상단에 못을 박아 소품용 모형 초롱을 설치하는 모습이 담겼다.

민씨는 현장 스태프들에게 문화재 훼손이라며 항의했지만 "이미 안동시 허가를 받았다" "궁금하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냐?" 등의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후 민씨는 안동시청 문화유산에 연락을 취했고,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씨는 "한옥 살림집에서도 못하나 박으려면 상당히 주저하게 되는데 문화재의 경우라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며 "또한 문화재를 촬영장소로 허락해주는 것도 과연 올바른 일일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KBS의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결코 대수롭지 않다고 치부할 수 있는 일은 아니리라"라고 꼬집었다.

안동시청 관계자는 "문화재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조건으로 촬영을 허가한 것"이라며 "현재 문화유산과 직원이 병산서원으로 훼손 상태를 자세히 살피러 갔고 이후 행정명령 등 조처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의 '병산서원'. /사진=머니투데이 DB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의 '병산서원'. /사진=머니투데이 DB
안동 병산서원은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위치한 한국 전통 서원 중 하나로, 서애 류성룡 선생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사적 260호이자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병산서원의 만대루는 소박하고 절제된 조선 중기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우리나라 서원 누각의 대표작이라고 평가받는 곳으로, 보물로도 지정돼있다.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평범한 여대생 영혼이 깃든 로맨스 소설 속 병풍 단역이 소설 최강 집착남주와 하룻밤을 보내며 펼쳐지는 로맨스 판타지다. 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 서현, 그룹 2PM 출신 옥택연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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