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브라질리언 왁싱'한 여친, 제모에 대한 남자들의 진심은?

Style M  |  2015.09.03 01:09  |  조회 2228

[김정훈의 별의별 야식-20] 오겹살 제육볶음 - 털에 대한 남녀의 생각


누구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을 것 같은 날, 마음껏 연애상담을 할 수 있는 편안한 술집이 있다면 어떨까? 공허한 마음과 몸을 채워 줄 요리, 만족스런 연애와 사랑을 위해 먹으면 좋은 음식은 뭐지? 남녀가 섹스 전과 후에 먹는 음식은? 이 모든 궁금증이 해결 되는 곳이 있다. 아무에게도 털어 놓지 못했던 은밀한 연애 이야기로 만들어진 맛있는 메뉴가 매주 채워지는 곳. 김정훈 연애칼럼니스트가 이 시대의 편식남·편식녀들에게 추천하는 힐링푸드, 별의별 야(한)식(탁)!


/사진=KOREA.NET - Official page of the Republic of Korea in Flickr


"남자들은 털에 많이 민감하죠? 남자사람친구 한명이 최근에 그러더라구요. 애인 등을 애무하는데 까끌거리는 털 때문에 할 마음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고."

"내 주위에도 그런 애 있어. 인중에 있는 거뭇한 털자국 때문에 여자친구한테 도무지 정을 붙일 수 없었대나. 걘 팔에 털 많은 여자 엄청 싫어하거든요. 털 많은 여자가 미인인건데."

"본인들 제모나 신경 쓰라고 그래. 수영장서 삼각팬티 수영복 입고 돌아다닐거면."

확실히 요즘 대학생들은 의사를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한창 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세 명은 앳된 외모의 여대생 3명이었다. 처음부터 이들이 털 이야기를 한 건 아니다. 수강신청 이야기를 하며 방학이 끝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던 그녀들은, 이내 다음 주에 가게 될 워터파크에 대한 기대감에 들떴다. 그러다 워터파크에서 입고 다닐 비키니 수영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야기의 주제는 자연스레 제모로 넘어갔다. 제모의 귀찮음은 결국, 털에 민감한 남자들에 대한 불만으로 발전돼 버렸다.


"제모는 조금만 투자하면 어렵지 않아요. 비키니라인은 물론이고 브라질리언 왁싱도 많이 하거든요 요즘은. 우표, 하트, 원하는 모양도 가능하구요. 아, 대학생은 방학동안 특별할인!"


여대생들 사이를 비집고 까맣고 가느다란 손이 불쑥 들어왔다. 손엔 노란색이 돋보이는 명함과 그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팜플렛이 있었다. 손의 주인은 테이블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여자였다. 건강하게 태운 까만 피부와 왼쪽 어깨에 있는 타투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녀가 왁싱을 제안한 건 여대생들 뿐 만이 아니었다. 요즘은 남자들도 필수로 하는 추세라며 내게도 추천을 하는 것이었다. 왁싱이라. 주변에 꾸준히 왁싱숍을 다니는 남자들이 있긴 하지만 내겐 아직 낯선 이야기였다. 여대생들은 의외로 큰 호기심을 보였다.


/사진=victoriassecret instagram


"근데 브라질리언 왁싱 같은 거 하면 남자들이 안 좋아 하지 않아요?"
"정말로 요즘 많이 해요? 그거 하면 왠지 날라리처럼 보일 거 같아서..."
"누구보라구 하는 건가. 내가 편해서 하는 거지. 위생상도 훨씬 좋다면서요. 그렇죠?"
"맞아요. 왁싱은 본인이 편하기 위해서 하는 거죠. 우리 숍에 여대생들도 많이 와요. 물론 직장인들이 더 많긴 하지만요. 이건 어른의 이야기지만, 섹스할 때도 느낌이 다를걸요?"


섹스 이야기가 나오자 여대생들은 더 깊은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요즘 대학생들은 대담하다. 난 조금 민망했지만 티는 내지 않고 주방에 들어갔다. 털이라. 하필 손질하고 있는 오겹살에 붙어 있는 털이 보였다. 가위를 들고 말끔하게 잘라냈다. 털에 대한 호불호는 확실히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남자가 여자를 대할 때도, 여자가 남자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내 친구 중엔 겉보기와는 달리 아주 풍성한(?) 털을 자랑하는 남자가 한 명 있다. 친구의 소원은 온 몸의 털을 뽑아서 원형탈모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머리에 이식하는 것이다. 털이 많은 게 늘 콤플렉스였던 녀석은 최근에 만난 여자친구와는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그녀는 털이 많은 친구의 몸을 안고 있을 때의 그 따뜻함(?)이 좋단다. 세상에.


반대로 털이 그리 많지 않은 친구 녀석 한 명은 현재 만나는 여자친구로부터 반강제적으로 왁싱을 강요당하고 있다. 심지어 왁싱숍 이용권까지 끊어줬다나. 그녀는 남자가 반바지를 입는 걸 좋아했는데, 반바지 밖으로 나와 있는 다리는 무조건 매끈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철학이었다. 역시 짚신은 짝이 있는 법이다. 짚신은 짚신끼리, 꽃신은 꽃신끼리. 털신은 털신끼리.


/사진=nudelbach in Flickr 


밖의 술자리는 더 시끌벅적 해졌다. 아마도 왁싱숍 사장의 친구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도착한 친구는 꽤 알려진 타투이스트로 왁싱숍 바로 옆에서 타투숍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 왔다. 내가 그녀들을 위해 만들고 있는 안주는 화끈하게 매운 제육볶음이었다. 강한 불에 빠르게 볶아내 불맛이 살아 있는 제육볶음을 그녀들에게 건네자 무척 반겼다. 도착한 타투이스트는 한창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야, 너희 그거 알아야해. 왁싱비가 모텔비보다 더 비싸다? 얘 고객 중에 한 명은, 만나는 남자가 왁싱비도 모르면서 매번 모양을 바꾸라고 요구를 한다는 거야. 자기는 안하면서. 모양이 바뀔 때마다 흥분하는 게 달라지니 안할 수도 없고 참. 그런 사람들도 있단다 얘들아."
"정말로 남자들은 그래요?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모양을 내는 게 더 좋아요?"
워낙 개인차가 있으니 일반적인 답변을 해주긴 어려웠다. 그래서 솔직한 남자들의 대화를 알려줬다.


"언젠가 카톡방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긴 했어요. 여자의 왁싱 말이에요. 당연히 팔이나 겨드랑이의 제모 같은 건 99%의 남자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1% 정도의 특이한 성향을 가진 남자가 있긴 하거든요. 어디든 털이 있는 게 더 낫다는."
"맞아. 우리 여자들도 나뉘잖아. 맨들맨들한 살결을 좋아하는 쪽과 원시인을 좋아하는 쪽."
"그러게요. 확실히 개인차가 있는 것 같아요. 음부 왁싱에 대한 취향은 특히 심하죠. 거기엔 남자들이 가진 '섹시한 여자'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도 영향을 미치니까요. 왜 그런 거 아시죠? 내 여자가 야한 옷을 입는 건 싫지만 지나가는 여자가 그러는 건 좋아하는."
"최악이야."


그녀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소맥을 말더니 원샷을 하며 남자들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술안주로 딱 좋으니 남자들에 대해 더 말해보라며 날 더 부추기는 그녀들이었다.


"실제로 남자들은 왁싱을 한 여자에 대해 특별히 반감이 있진 않아요. 오히려 더 선호할 정도죠.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 같아서, 깔끔해서, 섹시해서. 저마다의 이유로 왁싱을 하는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거든요."
"정말요? 좋아하긴 하는 거네요?"
"그런데 자기 여자 친구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죠. 그 곳을 하트모양으로 왁싱한 여자와 밤을 보내는 건 일종의 성적 판타지이지만, 내 여자 친구의 알몸에서 그 하트를 확인하는 건 두렵거든요. 근데 그런 남자의 리액션을 신경쓰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한 걸 문제 삼는 남자는 안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분명한 건, 왁싱숍은 하나의 트렌드라는 것이다. 손톱이나 발톱을 가꾸듯 몸의 털을 관리하는 것 역시 개인의 자유다.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을 곡해하는 시선도, 그 시선을 겁내는 망설임도 결국은 사라져야 한다. 개인적으론 추천하는 바다. 연인과의 섹스가 지루해졌을 때 일종의 자극제가 되기도 하니까. 아, 한 번 관리를 하고 나면 더 꾸준히 관리해 줄 부지런함은 준비돼 있어야 한다. 왁싱숍 사장님께 특별히 받은 쿠폰 때문에 하는 홍보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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