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된장녀 같아"…듣기 싫은 남자의 막말 5가지
[김정훈의 '없는 남자'-6] 필터 없는 남자 - 직설 화법은 긍정적 감정을 공유할 때 써야
오프라인이고 온라인이고 남자들이 문제란다. 오프라인에선 소극적인 남자들을 향한 여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온라인에선 남성들의 전투적인 악플이 연애와 사랑의 근간을 후벼판다. 왜 이렇게 까다로운지, 왜 그리 불만이 많은지. 결핍 있는 남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들춰주는 'OO 없는' 남자 이야기.
/사진=MBC
"나 오늘 어때?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어봤는데."
남자친구를 위해 특별히 예쁘게 꾸몄다는 여자. 그런데 여자 앞에 선 남자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사느냐 죽느냐를 선택하던 햄릿과 맞먹을 정도의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는 듯하다.
'설마. 진짜? 내가 저런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했었다고? 솔직히 진짜 별론데. 평소대로 입는 게 훨씬 예쁘다고 말해야 하나? 날 위해 노력했으니 예쁘다고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아냐. 그랬다가 매번 저렇게 입으면 어떡하지? 거짓말도 한계가 있을 건데.'
남성들이라면 한두 번쯤은 위와 같은 재해를 겪어 봤을 거다. 이럴 땐 어떻게 말해야 현명한 걸까. 빈말이라도 적당히 예쁘다고 하는 게 옳은 건지. 제대로 직언을 해야 하는 건지. '낫 배드(not bad)' 정도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 정답은 있다. '선빈말 후고백'이다.
우선은 연인의 노력을 칭찬해주는 게 옳다. 당신의 기호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노력만큼은 사랑스러운 거니까. 선호하는 취향을 정정하는 건 나중 문제다. 이때도 요령이 필요하긴 하다. '나 사실은 이게 더 좋다?'라는 식의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TV나 잡지 등을 함께 보는 도중 은연중에 드러내는 식의 간접적인 표현이 더 낫다.
/사진=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
솔직한 건 좋다. 하지만 선물을 전달할 때 포장이 중요하듯, 솔직함을 전달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가슴을 후벼 파는 지나친 직설은 피해야 한다. 서늘하고 날카로운 창끝에 서있길 바라는 여자는 없다.
드라마에서는 무신경하고 이지적인 캐릭터가 환대받지 않냐고? 옳고 그름만을 따지던 냉철한 남자주인공도, 극의 말미에는 결국 따듯함과 편안함을 가진 남자로 바뀌는 법이다. 아, 참고로 여자를 꽤나 만나봤다는 남자들이 위의 상황을 대처하는 말이 있다.
"넌 뭘 입어도 예뻐. 그러니까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돼."
거짓인줄 알면서도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입만 열면 빈말 투성인 허언남은 분명히 별로지만 때때론 달콤한 거짓말을 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그런 센스란 마치 카메라 렌즈에 장착하는 필터와 같다. 필터를 장착하는 게 현실을 왜곡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사물이나 감정, 혹은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필터 없는 남자의 더 큰 문제는 빈말이 아닌 막말이다. 렌즈에 장착하는 고가의 필터는 바라지도 않으니, 흔한 정수기 필터라도 내 남자의 입에 달고 싶단 여성들이 있다. 도저히 먹지 못할, 아니 듣기 싫은 말을 함부로 쏟아 내는 막말남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란다. 그래서 주변 여성들에게서 취합한 남자의 막말을 분류해봤다.
/사진=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
1. "야!" "너!" "인마!": 친구들에게나 하는 말을 연인에게도 똑 같이 하는 남자. 악의가 없다는 걸 알지만 불쾌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름도 부를 수 있고 '자기야' 같은 귀여운 애칭도 널려있는데, 굳이 '너'라고 꼬박꼬박 지칭하는 대화는 어쩐지 정이 없어 보인 달까. 장난처럼 "야!"하며 버럭 한다거나, "인마. 그런 게 아니지."라고 거들먹거릴 땐 관계의 정체성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날 여자로 보고 있는 거 맞아?
2. "너 차~암 예의 없다. 연인사이에 기본도 모르네.": 그래. 내가 잘못한 건 안다. 그래도 예의 없단 말은 좀 심한 거 같다. 어린애 대하듯 '잘못 했어? 안했어?'라며 야단치기까지 한다. 좋게 타이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가 내 위에 있다는 걸 각인시켜주려는 것 같다. '예의 없는 여자는 왜 만나?'라고 받아치기라도 하면 싸움으로 이어지는 게 부지기수. 넌 그렇게 어른스럽냐고 되받아치고 싶어지는 말이다.
3. "넌 애가 왜 이렇게 여성스럽지 못해?": 또 다시 애 취급이다. 심지어 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여성성을 강요하기까지. 자기들은 과하게 부여되는 남성성에 늘 치를 떨면서 우리한텐 왜 그러는 거지? 심지어 '착하고 순종적이고 감성적이고 배려 넘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지애(남자친구 지인의 애인)와 비교 당하기까지 한다. 망할 지애. 뭐, 이런 막말은 여성들도 무의식중에 많이 저지르는 실수기도 하지만.
4. "너 꼭 된장녀 같아": '된장이라니. 김치라니. 내 남자가 그런 용어를? 내가 그렇게 돈을 안썼었나? 정확히 5대 5는 아니겠지만 6대 4정도는 맞췄다고. 거기다 내가 사치스럽다는 건 또 뭐야!' 술값은 아깝지 않으면서 명품 화장품이나 액세서리에 들이는 돈은 아깝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꽤 있다. 여기 300만원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는 술을 마실 수도 있고 카메라 렌즈를 살 수도 있다. 당연히 핸드백을 살 수도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차일 뿐이다. 물론 능력 밖의 소비를 가족이나 연인의 능력을 빌어서 할 경우에는 문제가 되겠지만.
5. "고등학교 나온 건 맞아? 이것도 몰라?(낄낄)": 굳이 내 무지를 강조하며 아는 척 하는 남자는 참 별로다. 내 실수를 재미삼아 낯 뜨거울 정도로 놀리는 남자도 짓궂다. 실수를 감싸줘도 모자랄 판에 부각시키는 꼴 이라니. "모르는 게 죄냐! 넌 뭘 그리 다 아는데!"라며 한 대쥐어박고 싶어진다.
/사진=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
이 밖에 "참 헤프네"와 같은 막말은 물론이고 "씨X"와 같이 욕까지 습관적으로 내 뱉는 남성들도 예상보다 많았다. 이들은 잘못인 줄 알면서도 흥분을 조절하지 못한다거나 본인의 막말습관을 아예 모르기도 한다. 필터가 필요한 사람은 물론 남성뿐만이 아니다. 직설적인 화법이 일종의 매력으로 작용되는 걸 아는 여성들 중엔, 그걸 악용하는 경우도 꽤 있으니까.
막말남과 막말녀 모두 염두 해야 할 게 있다. 직설적인 화법은 플러스 에너지를 가진 감정을 공유할 때 써야 한다는 거다. 상대로 인한 기쁨, 즐거움, 쾌락 등은 직설적으로 표현해도 좋은 감정이다.
반면에 짜증, 분노, 거북스러움 등은 간접적으로 얘기하는 편이 낫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직접적으로 진솔하게 얘기해야 하는 말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그건 바로 이별의 대사다. 에둘러서 이별을 말하는 사람은 빈말로 사랑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보다 더 최악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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