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뭐 달라진 거 없어?"…남자가 보여야 할 반응은?

Style M  |  2015.12.18 10:12  |  조회 1030

[김정훈의 '없는 남자'-7] 칭찬 없는 남자 - 표현의 목적은 반응을 보는 것까지 포함한다


오프라인이고 온라인이고 남자들이 문제란다. 오프라인에선 소극적인 남자들을 향한 여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온라인에선 남성들의 전투적인 악플이 연애와 사랑의 근간을 후벼판다. 왜 이렇게 까다로운지, 왜 그리 불만이 많은지. 결핍 있는 남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들춰주는 'OO 없는' 남자 이야기.


/사진=SBS '별에서 온 그대' 방송화면 캡처


사라져 버린 연인의 매력을 되찾기 위해, 시들해진 잠자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재미없는 데이트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그래서 권태기를 제대로 극복하고 싶다면?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다. 생각하긴 쉽지만 실천하긴 어렵고, 실천 할 수 있다 자신하지만 정작 해본 지는 오래된 방법. 연애에의 만병통치약. 그건 바로 '칭찬'이다. 간단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럼 한 번 생각해보자. 당신이 마지막으로 연인에게 칭찬을 해 준 건 언제인가?


그녀(혹은 그)의 사소한 변화에 대해, 관계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 대해, 혹은 당신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연인에게 제대로 된 칭찬을 해 준 적이 있는가? 피나는 노력으로 체지방을 1%나 감량한다든지, 부모님 생신에도 가지 않던 비싼 미용실에서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데이트 장소에 나타난 연인을 위해 우리는 뭐라고 말해 왔을까.


"진짜 운동 하고 있는 거 맞아? 근데 살 빼는 데엔 운동보다 먹는 게 중요하대."


"거기 미용실 근데 너무 비싸다~ 예전이 더 예쁜 거 같은데? 거기 가지마 이제."


위와 비슷한 대답을 한 기억이 있다면 제대로 반성해야 할 듯 싶다. 이건 마치 기대감으로 잔득 부풀어 오른 풍선을 당신 앞에 보이자마자 가차 없이 터뜨려 버리는 행동이다. 혹은 풍선의 매듭을 풀어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노력과 정성을 맥없이 빠져나가게 해 버리는 장난과도 같다. 풍선을 하늘 높이 띄우기 위해서든 상대방의 기분을 띄워주기 위해서든, 우리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진=SBS '별에서 온 그대' 방송화면 캡처


칭찬 없는 남자와 힘든 연애를 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 최근에 상담을 요청해 왔다. 화장을 달리 해봐도 무반응, 헤어 컬러를 바꿔도 무반응, 친구들이 부르는 새벽 술자리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음에도 무반응, 남자친구가 언젠가 좋아한다 했던 속옷을 입었음에도 무반응. 오직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더 이상 노력할 힘이 나지 않는단다. 반드시 칭찬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칭찬이 없으니 자연스레 지치게 되더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지친다. 사랑은 표현을 해야 한다는데 '왜 나만 표현하는 거지?'라는 마음이 생길 테니까. 표현의 목적은 단순히 표현 그 자체에 머물러 있지 않다. 반응을 보는 것을 포함한다. 그 노력은 행위자를 향한 노력이라기 보단 당신을 위한 노력, '우리'라는 관계를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닌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노력이니 만큼 그 한사람의 칭찬과 환호를 받고 싶은 건 당연하다. 노력의 크기만큼 똑같은 노력을 보여달라는 게 아니다. 애쓴 노력에 대한 박수 정도는 받고 싶은 거다. '잘했어. 수고했어.'라는 말과 함께.


운동의 법칙 중에도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있지 않은가. 작용하는 힘이 있다면 반대로 작용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자연의 섭리다. 그걸 무시한다면 운동하려는 의지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곤 무중력상태마냥 그 자리에 붕 떠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돼 버리는 거다. 칭찬받길 바라는 것 또한 서로에게 더 부담 될까봐 더 노력할 수도 없고, 하던 노력을 안 하자니 변했단 얘길 들을까봐 노력을 줄일 수도 없는 그런 난간에 봉착한다. 이렇게 연인을 불편한 상태로 만드는 것은 분명한 실수다. 실수가 잦다면 두 가지 측면에서 반성을 해 봐야 한다. 나는 상대방의 노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 노력에 대한 반응은 어떤 빈도로 보여주고 있는지.


/사진=SBS '별에서 온 그대' 방송화면 캡처


남자들이 더 뜨끔할 듯싶다. 칭찬을 주는 것에 인색한 여성들도 물론 많지만, 대체로 남자들에게서 이런 실수가 잦다. '남자답다'라는 이미지에 포함된 침착과 절제, 평정심과 여유로 인해 발생하는 무뚝뚝함이 원인이다. 이렇게 출처를 알 수 없는 남자답다는 이미지에 강요받고 있는 남자들도 불쌍하지만, 그들에게서 칭찬을 갈구하고 있는 여성들 또한 짜증이 난다.


이들은 당신의 변화를 알아차리더라도 요란스럽게 리액션을 할 필요성을 애초에 느끼질 못하는 거다. 오히려 그런 걸 하지 말아야 더 멋진 남자로 보일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변화된 머리모양을 보며 "어 바뀌었네?"라고 반응을 보이는 걸 낯간지러워 한다든지, 그것까지는 겨우 해주겠지만 "와! 예쁘다!"라는 칭찬은 도무지 어색하다는 남자들이 꽤 많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란 얘기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말자. 언젠가의 칼럼에서 얘기한 '0의 영역'이 존재하는 것과 비슷하다. 상대의 변화나 노력이 나에겐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영역이다. 당신이 새벽 술자리를 마다한 건 엄청난 변화지만 상대에게 있어선 너무나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당신의 귀가를 기다리며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는 노력도 밤잠이 없는 누군가에겐 너무나 쉬운 일이다. 이런 '0의 영역'이 완전히 같을 순 없다. 그러니 우리는 상대의 노력을 온전히 받아들이질 못한다.


/사진=SBS '별에서 온 그대' 방송화면 캡처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니 네가 더 이해를 해줘야지.'라며 득의양양 하라는 건 아니다. 좀 더 부지런하게 상대의 변화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남자답다는 이미지에 갇히는 대신, 연인을 위해 그 낯간지러움을 이겨볼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은 '0의 영역'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상대방이 받고 싶은 노력을 하려는 게 행위자의 과제라면, 내가 받고 싶은 노력과 상대가 주고 싶은 노력의 오차를 줄일 수 있게 나의 '0의 영역'을 최소한으로 좁혀 보려는 게 받는 사람의 과제다. 칭찬받을 행동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에 대한 칭찬 역시 아끼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나와는 달리 넌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판단을 내리면 안 된다. 그건 당신만을 향한 그의 노력을 완전히 오독해 버리는 거니까.


연애는 우리의 자존감을 높여 준다. 자존감을 낮추는 사람과 연애를 지속하는 건 고려를 해봐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남으로 인해 삶을 살아가는 행복, 내가 존재하는 기쁨을 느끼는 게 바로 연애의 장점이다. 그러니 지금 연인을 사랑하고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칭찬을 아끼지 말자.


'난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칭찬이 꼭 중요치 않아.'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인의 노력에 좋아요 하나 눌러주는 게 그렇게나 스스로의 철학에 반하는 행동 같다면, 혹여나 나태한 연애를 지향하는 게으름은 아닌지 한 번 더 반성해 볼 필요는 있다. 그래도 도무지 칭찬을 하기 귀찮다고? 그럼 잠자리에서 만큼은 시도를 해보자. 연인에게 듣는 칭찬 중 최고봉은 역시 만족스런 잠자리에 대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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