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닐 수 있었던 '홍대'…"여기는 없어지지 않을 거죠?"

Style M  |  2016.02.21 04:02  |  조회 1003

[김은혜의 노닐다-7] 비주류 인디문화와 예술의 공기가 골목마다 그득했던 과거의 홍대


익숙했던 것들에서 낯선 무언가를 보거나 낯선 곳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기 위해 여기저기 방방곡곡을 노닐다.


/사진제공=김은혜 칼럼니스트


갸우뚱할 수도 있겠다. 최근 홍대 앞은 '노닐다'와는 정서적으로 많이 멀어진 곳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홍대 앞을 걸어본다. 비주류 인디문화와 예술의 공기가 골목마다 그득했던 과거의 홍대를 회상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던 홍대 앞은 클럽과 술집이 즐비한 걷고 싶은 거리도 아니요, 예쁘게 꾸며진 아기자기한 카페도 아니었다. 평일 낮, 한가하고 조용한 홍대 앞의 평범한 거리였다. 홍익대 정문에서 놀이터를 지나 극동방송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저 멀리서부터 이국적인 제3세계 음악이나 재즈가 항상 흘러나왔다. 음악이 흘러나오던 곳은 지금은 없어진 레코드 포럼이었다.


비라도 내리거나 혹은 비가 그친 뒤에 그곳을 지날 때면, 삼거리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며 흘러나오는 그 음악을 다 듣고 길을 건넜다. 당시 대학 방송국원이었던 나는 그 곡들 중 몇 개를 찾아 교내 방송에 튼 추억도 있었다. 레코드 포럼이 없어진 지금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과 헌팅 술집이 들어섰다. 재즈 대신 아이돌 음악과 클럽음악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홍대의 상징적인 공간들이 도미노처럼 연이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과 연관돼 이슈가 되고 있다. 씨어터제로, 프리버드, 두리반, 레코드포럼, 리치먼드 제과점이 사라진 곳에 대형 기업의 프랜차이즈 같은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문화 예술적 가치는 떨어지고 상업적 욕구만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2006년 홍대 프린지페스티벌이 열리던 모습 /사진제공=김은혜 칼럼니스트


"지난 크리스마스 때 홍대 앞 어느 술집에서는 소주 한 병에 7000~8000원씩 팔았대. 들어오는 손님들마다 '여기는 그렇게 비싸게 받지 않죠?' 하고 물으며 들어오더라고." 십여 년 전부터 홍대를 찾으면 꼭 들르는 '역사적인 선술집' 선영집에 들렀더니 사장님께서 홍대 앞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신다.


가게 밖으로 난 창문으로 젊은이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줄지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사장님은 창밖 풍경을 보며 말한다. 이곳 홍대 앞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해 온 사장님은 이제 창밖으로 흐르는 인파만 보아도 예전에 비해서 홍대 앞으로 유입되는 사람 수와 연령대 같은 것을 읽을 수 있다고.



서교동 365번지의 옛 모습/사진제공=김은혜 칼럼니스트


선영 집이 있는 서교 365번지(흔히 옷가게 거리로 불리는 곳)는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는 홍대의 몇 안 되는 곳이기에 그 말은 내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 골목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던 참새골, 오복집, 홍익보쌈 등 많은 곳이 문을 닫고 지금은 홍대곱창과 선영집정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이 집의 명물 술국을 떠먹으며 나는 사장님께 조심스레 여쭈어본다. "여기는 없어지지 않을 거죠?" 사장님은 웃으며 대답한다. "그럼!"


밖을 나오니 노랫소리와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했다. 며칠 전 상상마당 레이블마켓에서 구입한 .59(쩜오구)라는 인디 뮤지션의 카세트테이프를 꺼내든다. 두 개의 트랙 가운데 '여기 있어요'라는 곡이 눈에 들어온다. mp3 디지털 사운드와는 다르게 거칠게 들려오는 아날로그 사운드가 두 귀에 가득 차오른다.


"뜨겁던 그 여름은 가고...
언제나 말이 없이 웃었죠. 슬픈 듯 흘러가는 시간을
아무도 모를 거라 믿었죠. 그날들을"


복잡하고 더욱 화려해진 홍대 앞의 거리가 노래 가사를 타고 조용히 과거의 홍대 앞 풍경으로 스며든다. 다시 여유와 낭만이 있는 홍대를 볼 수 있을까? 그때가 문득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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