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 주변 남자들을 용납할 수 없는 이유
[김정훈의 썸⑥] 이제는 말할 수 있다 Vol. 2…"그 오빠는 달라, 좋은 사람이야(?)"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또 엉켜버렸다. 가방 속에 넣을 땐 분명히 아무렇지 않았던 이어폰이, 어쩜 이렇게 엉켜버릴 수 있는 건지. 남자와 여자의 감정 역시 비슷한 순간이 있다. 그를 향한 단순한 감정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복잡해져 버린 걸 발견할 때다. 나는 그래서 '남녀사이에 친구란 존재할까?'라는 질문이 참 어렵다.
논쟁의 키워드가 되는 단어는 '케미'다. 언젠가부터 등장한 이 단어는 연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됐다. 남녀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케미가 절대 생길 수 없는 관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런 관계라 해도 케미가 생길 확률이 0%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남녀사이의 친구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개인적으론 후자쪽이다. 따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면 연인이 될 정도의 케미를 채우지 못했을 뿐, 언제고 점화될 수 있는 일정량의 케미가 있을 거란 생각이다. 그리고 그 케미가 점화되는 순간 친구 관계는 끝나고 만다. 자주 엉키는 이어폰을 억지로 풀다보면 늘 한 쪽부터 고장이 나는 것처럼. 물론 그 확률이 0%에 가까운 관계가 있다는 말엔 동의한다. 하지만 그 관계는 '친구'가 아닌 그저 '아는 사람'정도이지 않을까?
수많은 커플들이 이 문제로 싸우고 지친다.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문제는 '성선설'과 '성악설'의 대립만큼이나 거대한 담론이다. 그래서 이번 주엔 좀 더 집중된 주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내 연인의 이성 친구를 허용 할 수 없는 남자들, 연인 주위의 남자들을 유난히 싫어하는 남자들의 진짜 속내다.
- 남자들의 질투, 스킨십에 대한 걱정은 일부일 뿐
남자의 적은 남자다. 아는 오빠, 친한 오빠, 좋은 오빠, 원래 알던 오빠, 날 함부로 대하는 오빠, 초등학교 동창, 친구 남친의 친구, 선물을 함께 골라달라는 친구, 헬스장 트레이너 선생님, 늘 여친 편에 서 있는 소울 메이트, 거기다 잘나가는 편식남 오빠?
엄청나게 다양한 적들이 여자친구 주위에 널려 있다. 음흉할지도 모를 그들을 모른 척 무시 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여자들도 다 알고 그런 인기를 즐기는 거야'라는 말을 듣다가도, '내 여자친구가 설마?' 하는 생각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들을 모조리 처리해 버릴 수는 없기에, 결국 남자들은 여자친구에게 단단한 방패를 쥐어주려 애쓴다. 걔들 다 꿍꿍이 있는 거야. 믿지마! 그렇게 그들의 속내를 증명하려 애쓰다가 대판 싸움이 벌어진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왜 다 오빠 같을 거라 생각해? 그 오빤 절대 아냐"
"아니긴 뭐가 아니야!"라고 반박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표현이 서툰 남자들은 그저 스킨십에 대한 이유 외에는 조리있게 설명할 수 없다. 결국 남녀 사이의 진지한 정 따윈 생각 못한 채 일차원적인 스킨십만 상상해 버리는, 그런 유치한 남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남자들의 속내는 훨씬 복잡하다. '그 남자가 너한테 뽀뽀라도 하면 어떡해!'라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얘기다.
남자의 늑대 본성을 염려하는 건 맞다. 언제부터 알았다고 그 자식을, 그렇게 맹신하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비록 술자리에서 만났지만 나에게는 어떤 추파조차 던지지 않고, 오히려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말을 걸어 왔다는 오빠. 대화를 몇 마디 나눠 보니 생각도 바르고 매너가 좋았다는 그 오빠. 좋은 사람이라고 옹호하는 여자친구에게, 그가 오히려 더 프로페셔널한 선수임을 설득 시키는데 성공한 남자를 본 적이 없다. 남자친구보다 그 오빠를 더 믿는다는 사실은 꽤나 큰 충격이다. '세상 모든 남자를 믿지 않더라도 나만 믿어!'라는 말엔 코웃음 치던 여자 친구가 그 오빠를 믿고 있단 사실이 혼란스럽다.
사랑에서 중요한건 정신적인 유대감이지 스킨십이 아니라는 그녀의 평소 논리가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진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일상을 공유하고, 영화·밥·커피 등 데이트에 준하는 시간을 보내는 건 분명 정신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굳이 다른 남자들과 스킨십을 하는 상황을 상상하지 않더라도, 유대감을 만드는 시간 자체가 신경 쓰이는 것이다. 남자친구에겐 늘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말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이성친구에겐 자연스레 터놓을 수 있어 좋다는 여자들이 간혹 있다. 그건 마치 내가 보지도 못한 여자 친구의 속살을 다른 놈이 훑어보는 느낌과 똑같다!
그래서 남자들은 스킨십이 없으므로 친구일 뿐이라는 논리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사랑에는 스킨십보다 정신적인 유대감이 중요하다며?'라고 되묻고 싶다. 그 유대감의 형태가 다르다는 말, 남자친구가 바쁠 땐 다른 형태의 유대감을 통해 공허함을 채우고 싶단 여자들의 말은 영원한 남자들의 술안주다. 육체적 스킨십보다 더 무서운 게 정서적 교감이라는 걸 남자들도 잘 안다.
Tip1. '남자들도 똑같지 않아요?'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사실 여자 친구와 자주 이런 논쟁을 벌이는 남자들은, 본인이 남의 여자를 탐해 본 적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당신이 그 오빠와 밥을 먹었다는 팩트보다 그를 옹호하는 당신의 태도에서 화가 나는 것이다. 싸우기 싫다면 차라리 변명이 낫다. 합리화는 그의 화를 부추길 뿐이다.
Tip2. 분명히 고민해야 할 것은 '친구란 무엇인가?'란 문제다. 오래두고 가까이 사귄 벗 인건지, 한 번 인연을 맺고 몇 년간 보지 않은 사이도 친구라 할 수 있을지는 개별차가 있다. 그냥 아는 사람, 친구, 썸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명확히 가져야 한다.
Tip3. 경조사 혹은 단체 모임 시 볼까말까 한 사이라면 모를까. 단체창도 아닌 개인 메시지 창을 통해 자주 일상을 공유하는 건 단순한 친구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대부분의 남자는 결코 호감이 없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일상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밥을 사주기는커녕 함께 먹는 것도 꺼린다.
Tip4.굳이 지인들과의 유대감을 포기하기 싫다거나,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버릴 수 없다면 방법은 두 가지 뿐이다. 들키지 않는 법, 그리고 지금 남친과 헤어지고 본인과 성향이 비슷한 남자를 다시 만나는 방법이다. 당신 역시 그의 친화력(?)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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