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착했던 그 오빠, 나쁜 남자로 돌변한 이유는…
Style M | 2014.11.16 11:11 | 조회 791
[김정훈의 썸⑩]호구남녀vol3. 착한 남자는 없다…착해지기 위해 노력할 뿐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편식남 편식녀를 비롯한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사진='10일 안에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법' 스틸컷
여성들이 굉장히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이같은 질문에 대부분 남자들은 코웃음친다. '여자들이 착한 남잘 좋아 한다고? 천만에! 나쁜 남자 좋아하면서. 물론 쓰레기는 말고.'
이 같은 논쟁을 정리하려면 나쁜 남자의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 '연락을 많이 하지 않는 남자', '만나면 따뜻하지만 만나지 않을 땐 차가운 남자', '거리감을 늘 유지하는 남자'…. 갖가지 유형을 나열해 보아도 명확한 대답을 얻긴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쁜 남자란 당신에게 불안감을 주는 남자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꽤 많은 여자들이 불안감으로 인한 두근거림을 기대감이나 호기심으로 착각해서 상처를 받곤한다.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면 이것만 생각하자.
애초에 모든 남자는 나쁜 남자다. 착한 남자로 태어나는 남자는 1명도 없다. 다만 당신에게 반했을 경우, 착한 남자로 보이기 위해 애를 쓸 뿐 이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말이 아니다. 나쁜 남자와 나쁜 사람은 다르다. 착한 사람이 반드시 착한 남자라는 보장도 없다. 나쁜 남자냐, 착한 남자냐를 따지지 말고 착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조언을 지나치게 맹신해선 안 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착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니까. 길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어른에게 예의바른 남자는 그저 착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 그가 당신과의 약속도 무조건 지킬 착한 남자가 될 거라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다.
바른생활-도덕 교과서에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차이가 이렇게 설명돼있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 사회를 이룬다. 그리고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중도덕이나 예의범절과 같은 규칙을 만든다. 그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은 착한 사람, 따르지 않고 혼란을 야기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이것을 남녀 관계에 적용시켜보자.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생겨난다. 그 둘 만의 사회에서 지켜야할 규칙(약속)을 만든다. 하루에 전화 3번 이상하기, 기념일 챙겨주기 등 저마다 다양할 거다. 이 때 대부분의 남녀관계에 적용되는 공통적인 규칙이 있다. 나 외에 다른 이성과 관계(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를 맺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이걸 잘 지키는 남자는 착한 남자, 그렇지 않아서 불안감을 야기하는 남자는 나쁜 남자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1명의 여자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정설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오랜 시간 일부다처제로 살아왔다고 한다. 현재 지구상 849개 사회의 인종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16%만이 일부일처제이고 83.5%가 일부다처제로 파악됐다. 그러니까 모든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나쁜 남자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 당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게 아니란 거다. 그저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을 뿐 이다.
매력적인 여자를 만났을 때 그들은, 한 여자만 바라보는 착한 남자가 되려고 애쓴다. 본성을 이성으로 억제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거다. 누군가 당신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 위해 애쓴다면 그 노력이 시작됐다 봐도 좋다. 하지만 그 노력만 보고 그가 착한 남자라고 오해해선 안 된다. 그의 본성은 나쁜 남자란 걸 기억하자. 단지 당신의 매력에 끌려 일시적인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 노력을 지속시킬 수는 있지만, 언제든 본성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단 걸 염두해야 한다.
그러니 당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남자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건 어리석다. 불안함을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원래 착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버려야 한다. '원래 착했던 그'는 애초에 존재한 적조차 없다. 착한남자가 되려고 노력했던 모습 때문에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 여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남자는 그녀에게 반한 적이 없거나 이미 질려버린 상태일 뿐이다. 그렇게 본성으로 돌아간 남자는 새로운 이성을 만나기 위한 무한경쟁을 즐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들의 노력은 왜 지속적이지 못할까. 그리고 왜 갈수록 착한남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남자들을 찾기 힘든 걸까. 당신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것이 바로 문제다. 흔히 여성들은 남성이 표현하는 사랑보다 여성이 조금 덜 해야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남자만큼 여자도 표현하고 노력을 해야 원하는 남자를 붙잡아 둘 수 있다.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려 한다는 것은 이미 본성을 이성으로 누르는 노력을 하고 있단 이야기다.
여자가 느끼는 남자의 노력이 50이라면, 실제는 2배를 곱한 100정도의 노력인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조금 더 노력을 해줘야 그의 노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 그의 노력을 인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표현하고 때때로 다독여 주는 것도 중요하다. 남자의 보상심리를 나무란다던지, 사랑받으려는 자존심만 내세우는 여성과 지속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싶은 남자는 아무도 없다.
이기적인 여성은 의외로 많다. 그래서 편식남들은 자신의 편식을 미식이라고 생각한다. 본성을 이기려는 노력 자체에 대해 허무해진 편식남도 많다. 노력을 해 봐도 별 것 없더란 걸 느껴봤기 때문이다. 착한 남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쉬운 게 아니다. 당연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남자는 이 요령부족의 시기를 한 번씩은 겪는다.
그리고 이 때 요령 없는 남자보다 능숙한 남자를 선택하는 여자들에게 수차례 상처를 받는다. 그게 반복되면 마치 튕기기를 반복해서 탄성을 잃어버린 고무줄마냥 전의를 상실해 버린다. 축 늘어진 고무줄이 다시 튕겨지려면 예전보다 더 큰 힘(매력)이 필요하지만 그 상대를 만나긴 쉽지 않다. 그들 역시 탄성을 잃어버린 채, 적당히 늘어났다 줄었다만 반복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서글프다. 왜 요령없던 시절의 순수한 마음은 하찮게 버려지고, 요령밖에 남지 않은 지금에서야 여자들의 마음을 얻기 수월 한 건지는 남자들의 영원한 숙제다.
왜 그렇게 분석적이야? 그냥 좋으면 좋은 거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맞다. 하지만 숱한 만남과 이별을 겪은 사람은 어쩔 수가 없다. 상처를 주고받은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분석적으로 변해버린 사람은 불쌍하다. 지나고 나서야 사랑이었음을 떠올리며 후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코미디언 미스터 빈이 한 말이 생각난다. "나는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때, 그가 재밌다고 느끼면서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진 못한다. 왜 이 사람의 말이 재미있다고 느껴지는지, 어떻게 재밌는지를 본능적으로 분석하려하기 때문이다. 그런 프로세싱이 지난 후 한참 뒤에야 크게 웃는다. 그래서 가끔은 상대방에게 미안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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