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이별통보하는 그녀, 남자들의 대처법은?
[김정훈의 썸⑪]호구남녀vol4. 냉정과 절정 사이 호구남들을 위한 조언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편식남 편식녀를 비롯한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사진=영화 '500일의 썸머' 스틸 컷
오늘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또 후회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한 두 남자 이야기다. 불과 며칠 전까지 그들은 호구, 아니 호우주의보 상태에 빠져 엄청난 눈물을 흘렸다. 한 명은 그녀와의 만남 때문에,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그녀와의 이별이 그 이유였다. 둘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그녀를 너무 사랑했다는 것이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넘어, 혼자 절정에 치달아 버리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
Case1. 남자는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 눈을 감아도 그녀 생각이 나고, 눈을 뜨면 언제나 그녀가 보이는 곳에 있고 싶었다. 어느 날 남자가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봤지만 거절당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났다. 이번에는 여자가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착실한 모습이 꽤 매력적이라 생각하던 그녀였다. 그녀가 먼저 남자에게 연락처를 물어보았고, 남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했다. 첫 데이트를 한 날, 대화가 너무 잘 통한 둘은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스킨십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였다.
남자는 자신이 여자의 애인이라도 된 것처럼 연락하기 시작했다. "자기, 내일 뭐해?", "우리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더라" 등 과한 표현을 쏟아냈다. 빈도 역시 지나치게 잦았다. 물론 여자는 남자를 더 알고 싶은 마음으로 연락처를 물어본 것이었고, 술자리가 즐거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연애를 시작하자고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여자는 남자를 멀리했다. 그럴수록 남자는 더 자주 연락을 했다. "내가 무슨 잘못했어? 왜 그래", "혹시 아픈 거 아니지? 아픈데 내가 투정부려서 미안해요."
Case2. 남자는 여자와 헤어지기 싫었다. 뭐가 문제인지 몰랐지만, 여자가 이별을 언급할 때마다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여자는 남자에게 늘 큰 사랑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고 남자는 그에 맞춰 진심으로 사랑을 주었다. 그녀의 말 한 마디에 전전긍긍하며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남자였다.
그런데 그녀는 틈만 나면 이별을 통보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남자 역시 조금씩 지쳐갔다. 결국 여자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는 이별 후에도 사랑을 표현하려 애썼다. "오빠가 날 이렇게 사랑하는 줄은 몰랐어. 나도 노력 할테니 우리 다시 만나자"며 다시 돌아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네가 보고 싶어했던 공연 표를 준비했다", "너와의 여행사진을 지울 수가 없어"…. 남자의 사랑은 끝날 줄 몰랐다. 마음을 돌리지 않는 그녀에게 급기야 이런 말까지 내뱉는다. "지금껏 사준 선물들 모두 돌려줘. 내가 사준 화장품 바르고 다른 남자 만나는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어."
두 남자 스토리가 찌질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을 것 같다. 혼자 성급하게 진도를 빼는 남자, 이별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 남자는 여자들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찌질남이다. 단순히 '그녀가 그에게 반하지 않았다'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그녀들은 애초에 이들에게 호감이 있었던게 분명해서다. 충분한 재료를 제대로 요리하지 못한 그의 요령을 탓할 밖에.
감정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는 남자는 세련되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 여자들의 생각이다. 머리를 쓰는 사랑은 싫다고 하면서 그 절제된 세련미에 홀리는 여성들을,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 거의 모든 남자들이 한번쯤은 사랑 앞에서 찌질해져 본 적이 있다. 눈물을 머금은 남자들이 쓴 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진실한 사랑 그 자체가 중요한거 아니야? 요령이 그렇게 중요해? 그럼 애초부터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 그리고 방식을 따진다고 알려줘야지. 남자들은 '예쁜 여자' 좋아한다는걸 순순히 인정하잖아. 그런데 여자들은 우아한 척 진실한 사랑을 운운하지만 결국 요령이 없다고 등을 돌리잖아."
여기서 남자들에게 줄 수 있는 답은 1가지다. 괜히 더 찌질해지지 말고, 어느 정도의 요령을 키우라는 것이다. 여자들이 쌩얼을 감추려고 화장을 하듯 남자들도 쌩사랑을 갈무리하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무작정 맛만 좋은 음식점을 찾기보다 분위기나 화장실까지 깔끔한 곳을 가는 게 센스다. 다만 이런 것이 과해지면 요령만으로 점철된 만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한 '편식남'이다.
며칠 전 케이블 TV 채널에서 우연히 '편식남'을 주제로 한 토크쇼를 봤다. 어느새 방송 주제로 회자되고 있는 '편식남'이 반가웠던 것도 잠시 그들을 연애 쓰레기로 치부하는 것을보고 씁쓸해졌다. 그들은 스킨십에 혈안된 픽업아티스트와는 다르다.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그런데 왜 우리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이성에게 더 끌리는 걸까? 그 이유는 이렇다. 동물들에겐 특별한 관계가 없는 다른 개체의 접근을 허용하는 최소거리인 '개체거리(individual distance)'가 존재한다. 사람의 경우 '개인거리(personal distance)'라고 지칭한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에게선 아무런 자극도 느낄 수 없고, 지나치게 가까이 있는 대상은 접근을 허용하기 싫을 정도로 부담스럽다.
횡단보도 정지선을 떠올려 보자. 너무 멀리 떨어져 멈추게 되면 뒤의 차들이 빵빵거리고, 선을 넘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남자들이 깨달아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정확한 타이밍이다.
두 남자가 마음을 얼른 추스르면 좋겠다. 당신들의 진심은 그녀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을 뿐 진심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분명히 그 마음을 제대로 받아줄 상대가 있다. 특히 Case2의 남자에게 말하고 싶다. 그 누구도 네가 만난 여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거다. 특별한 이유 없이 헤어지자는 말로 남자의 사랑을 재확인하려는 여자는 얼른 끝내야 한다. 힘내라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