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첫 만남… 소개팅 잘 되는 장소 따로 있다?

Style M  |  2014.11.16 11:11  |  조회 860

[김정훈의 썸⑯] 성공하는 소개팅을 위한 팁-1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편식남 편식녀를 비롯한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사진=영화 '발렌타인 데이' 스틸컷


지난 일요일, 소개팅 장소로 유명한 한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굉장한 풍경을 목격했다.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테이블에 여덟 커플이 앉아 있었고 그들은 '당연히' 소개팅중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테이블 바깥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들과 소파 자리에 앉은 여자들이 정갈하게 정돈돼 있는 모습이 흥미진진했다.

여자의 눈을 쳐다보며 조금의 리액션이라도 얻기 위해 그동안 연마해온 입담을 쏟아내고 있는 남자들의 움직임, 그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최대한 예의를 다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마치 공장제 기계공업을 소개하는 다큐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재미없겠다.

술을 마시러 간 양꼬치 집에서 카페의 광경을 다시 떠올렸다. 내 쪽에서 5개, 친구 쪽에서 5개 씩 일렬로 구워지고 있는 꼬치를 보니 결실을 맺으려 애쓰던 남녀가 생각났다. 소개팅 문화를 술안주 삼아 한참을 이야기 하던 중 한 커플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우리 옆에 앉는 걸 보고 웃음을 멈췄다.

낯이 익었다. 조금 과장 된 제스처가 눈에 띄었던 카페 속 소개남들 중 한 명 이었다. 여자는 꼬치집의 열기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은근히 내비쳤지만 남자는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꼬치를 굽고 있는 남자를 보며 조금 전의 조소를 뉘우쳤다.

'짝을 찾기 위해 그렇게나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향해 감히 웃을 수 있는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물론이다. 나 역시 소개팅을 몇 번 해 본 적이 있다. 함부로 연탄재를 찰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성공적인 소개팅과 그렇지 못한 소개팅을 고루 겪어 봤다. 그를 통해 얻은 결론이 있다면 지금 꼬치를 굽고 있는 저 남자는 아마도 애프터를 기대하기 힘들 거란 사실이었다.

내 소개팅의 흑역사 속엔 '특정' 레스토랑에서 이뤄진 소개팅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풍수지리설과 토정비결을 운운하다가, 결국 그 좋은 분위기와 맛에도 불구하고 왜 그 곳은 나에게 아픔을 안겨줬는가에 대한 분석을 했던 적이 있다.

옆자리의 남자에게도 몇 마디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아무리 이 양꼬치 집이 소문난 맛 집이라지만, 소개팅과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마늘은 또 왜 그렇게 많이 먹는 거야!"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남성상은 센스 있는 남자다. 센스는 디테일이다. 소개팅 시 센스를 발휘하기 위해 남자들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 메뉴선정이 먼저인지, 장소선정이 먼저인지에 대한 고민의 정답은 당연히 '장소'다. 맛 집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겠다는 탐험욕이 강한 소개녀를 만날 확률도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접근성은 떨어지는 소문난 맛집과 그리 맛있진 않지만 나쁘지 않은 분위기의 가까운 레스토랑이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맛은 주관적이지만 거리는 객관적이기 때문이다.

- 주말에 소개팅을 한다면 그녀의 집과 가까운 곳으로, 평일에 한다면 그녀의 회사와 집의 중간 정도로 만날 장소를 정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 또한 실례다. 그 질문은 '재산이 어느 정도인가요?'라는 의미로 곡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소를 예약하려면 정중히 물어 보는 편이 좋다. 사실 주선자를 통해 혹은 몇 마디 대화를 통해서 자연스레 그녀가 원하는 지역을 찾아내는 게 베스트다. 그게 어색하다면 몇 곳의 장소 후보를 정해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스타일에 적합한 후보군을 제시해야 한다는 거다. 단순한 거리를 떠나서 특정 동네, 혹은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장소 선정의 순간부터 당신의 센스가 평가 된다.

- 지하철역, 혹은 버스 정류장과 멀지 않은 레스토랑을 선택하는 건 상식이다. 굳이 멀리 떨어진 곳에 가야 한다면 택시비를 부담하더라도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발을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지하철 역에서 300m 거리밖에 안되는데 좀 걷지. 택시 타는 오버를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그녀가 걷는 걸 싫어할 것 같아 고민이 된다면 일부러 한 두 정거장 앞에서 만나 함께 택시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그 책임을 여성에게 돌려선 절대 안 된다. '이 레스토랑에 갈 거면 왜 이 정류장에서 만났어요? 다음 역에서 만났으면 됐는데'라고 물어왔을 때 '그 쪽 걷는 거 싫어할까 봐요'라고 곧장 대답해 버린다면 여성이 부담을 느낄 거다. 우선은 '아, 제가 일이 늦게 끝났는데 그 정류장이 더 가까워서요'라고 받아 넘기자. 그리고 2차 술자리 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그 쪽이 걷는 걸 싫어할까봐 그런 거예요'라며 사실을 얘기한다면 당신의 배려심과 애교가 더 돋보일 테니까.

- 자차가 있다면 당연히 발레파킹이 되는 레스토랑으로 선택하는 게 좋다. 주차를 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흐르는 어색한 공기를 해결할 자신이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 소개팅 시 대부분 선택하는 음식은 아마도 피자와 파스타 종류다. 하지만 "일주일에 소개팅을 3번 했는데 3번 다 봉골레 파스타랑 고르곤졸라 피자를 시키는 거야. 꿀도 안 찍어 먹었는데 입에서 단내가 나더라니까. 물론 남자에겐 티 안내고 맛있게 먹었지만"이라며 괴로워하는 여자들도 꽤 있단 걸 알아야 한다. 조금 특별한 소개팅을 위해선 다른 메뉴를 선택할 줄 아는 센스도 필요하다.

한식, 중식, 일식 등 어떤 장르를 선택해야 좋을지 고민될 거다. 정말 고민이 된다면 여성에게 선택권을 줘 보는 것이 좋다. 주관식 물음을 던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재치 있게 '1. 고기 2. 이자카야 3. 파스타와 피자 4. 태국음식' 정도의 4지 선다형 질문을 제시하는 것 정돈 만남 전 어색한 공기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때, 지나치게 많은 보기를 제시해서 소개팅에 임하는 당신의 마음이 엄청나게 과열되어 있음을 보이는 건 좋지 않다. 그렇게 많은 보기를 제시해 봤자 명쾌한 선택을 내릴 여자도 없다.

남자들이 소개팅 시 알아둬야 할 자세한 팁은 추가로 정리하겠다. 그냥 끌리면 만나면 되는 문제일 것을, 참 신경 쓸 것도 많다. 천부적인 센스를 타고 났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안 되면 노력의 천재라도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한편으론 씁쓸한 문제긴 하다.

하지만 괜찮은 여자가 존재하는지 아는 것도 힘들고 그녀와 만날 확률도 대단히 드물다. 그래서 그 어려움을 뚫고 괜찮은 이성을 만났다면 그녀에게 센스 있는 남자로 보이기 위한 노력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건 여자에게도 마찬가지 일거다. 재밌는 건 남자보다는 훨씬 심플한 노력이면 된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소개팅을 위해 여자가 알아둬야 할 기본 사항 역시 다음 주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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