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생각없는 30대 남자…패륜과 폐륜 사이
Style M | 2014.11.16 11:11 | 조회 1234
[김정훈의 썸㉒]헌신 아닌 희생을 바라는 요즘 남자들의 현주소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편식남 편식녀를 비롯한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스틸컷/사진=씨네그루(주)다우기술
유교적 관점에서는 자의적인 폐륜이 부모님에 대한 패륜과 맞닿아 있다는 의견도 틀리지 않다. 유교의 가르침인 효(孝)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혼인하여 자손을 낳는 것이기 때문이다. '맹자'의 이루 상편 제26장에서, 불효 중에서도 혼인하지 않아 후손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 최악의 불효라고 말했다. 폐륜인지 패륜인지 모를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 결혼에 대한 2030세대의 어려움은 이미 수많은 기사 및 칼럼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생략하겠다. 오늘은 결혼할 생각 없는 30대 남자를 흔들어 놓는 팁을 전한다.
유교사상 때문일까.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것 같던 남자가 결혼하겠다고 마음먹는 주된 이유가 효도다. 대를 잇기 위해 그저 효자가 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을 결심한단 말이 아니다. '내가 부모님께 하지 못했던 표현을 잘 해서', '평소 대화가 없던 부모님이 그녀로 인해 금슬이 좋아져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그녀가 화목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등 이유는 이혼과 파혼 중 어느쪽이 더 무서울지 걱정하는 수많은 예비신랑들의 마음을 잡아주는데 큰 기여를 한다.
"며칠간 와이프랑 계속 싸워서 진짜 미칠 지경이었거든. 그런데 하필 주말에 부모님댁에 가야할 일이 생겼어. 돌아오는 길에 와이프가 그러더라고. 어머니가 부엌에서 쓰시던 칼이 좀 낡았던데 다음에 갈 때 바꿔 드리겠다는 거야. 쌓였던 화가 순식간에 사라져서 내가 잘못했다고 빌었다니까. 정말 사랑스럽지 않냐?"
"부인이 언제 가장 예뻐 보이냐"는 질문에 한 지인의 대답이다. 물론 여성들 입장에선 엄청난 스트레스일게다. 아내에게만 잘하면 사랑받는 백년손님이 되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그의 가족에 친척까지 챙기고 헌신해야만 훌륭한 며느리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헌신, 아니 희생정신(?)은 결혼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여성을 위한 팁이 될 수 있다.
헌신이 아닌 희생은 현재 당신이 만나고 있는 편식남을 흔드는 열쇠다. 미녀를 쟁취하려고 경쟁을 즐기던 많은 남자들이 결혼할 땐 정작 엄청난 미녀를 선택하지 않는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희생은 남자의 몫이고 여자는 헌신적인 모습만 보여도 된다던 과거와는 다르다. 헌신은 몸과 마음을 다해 '있는 힘껏' 사랑하는 것 일 뿐이다. 희생은 그 몸과 마음마저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유치원 시절부터 취업 이후까지 여성들과 함께 경쟁하며 양성평등의 가치를 교육받는 요즘 남성들은, 희생이 남자만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희생까지 바라는 남자들을 나무라진 말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라면 헌신만으로도 충분하다. 결혼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할 것 같아 불안한 사람이라면 희생까지 염두에 둬야 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고민을 토로하는 대부분 여자들은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속물같은 남자들"라며 그들의 철없음을 탓한다든지, "진짜 아름다운 사랑은 없는 걸까?"라며 다분히 추상적인 가치에 몰두하는 등 현실의 경쟁에서 도태된 자신을 합리화한다. 불만은 때때로 다소 강한 어조의 SNS글이나 논쟁으로 발현되곤 하는데 이는 주위 남자(여자 지인들도 포함)들에게 피곤함을 준다. 스스로에게 갇혀 있어 타인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희생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애를 써 본들 자존감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희생은 위선이 될 뿐이다.
그래서 남자를 많이 만나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유리거울에선 당신의 단점들만 보인다. 스스로의 매력을 발견하고 가꿀 수 있도록 하는 거울은 사람이다. 이성 만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무작정 인연을 기다리는 것도 안 된다. 짚신도 짝이 있단 말은 가만히 운명을 기다리란 뜻이 아니다. 짚신의 짝은 짚신이니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을 찾으라는 현실적인 말이다.
짚신이 꽃신을 만나려 애쓰거나 반대로 꽃신이 짚신을 만나려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긴다. 꽃신이 짚신보다 더 예쁘고 가치 있단 얘기가 아니다. 본인이 짚신인지 꽃신인지 파악하고 운명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 깔창 깐 스니커즈가 하이힐은 될 수 없지 않은가. 그저 남들보다 10cm 더 커지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짝짝이 신발을 신고 걷다가 우스꽝스럽게 넘어지지 않으려면, 내가 가진 매력과 상대에게서 원하는 매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본인이 어떤 신발과 어울리는 사람인지도.
부족한 외모를 채울 수 있는 건 잘 나온 한 장의 셀카가 아니다. 자신이 얼마나 잘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실의 인테리어 사진과 럭셔리한 레스토랑을 방문한 사진도 아니다. 능력 있고 매력 있는 남자일수록, 사랑받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젊고 예쁜 여자들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그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방법이야 말로 희생정신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거울을 보며 눈에 보이는 단점만 채우려는 여자보단, 단점을 쿨하게 인정하고 세상과의 소통을 통해 장점을 발견해 나가려는 여자가 매력적이다.
연봉 3000만원인 남자가 갑자기 1억원을 버는 것도 어렵고, 하지 않던 희생을 해야 하는 여자도 괴롭다. 이럴 때면 대체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사람과 사랑에 대해 지치고 허무함을 느끼는 폐륜아가 늘어나는 것 같다.
여자들도 희생정신이 강한 남자를 바라지만 효자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굉장히 흥미롭다. 인기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을 보라. 부모들이 외국에 있거나, 불화를 겪고 내외하거나, 심지어 부모님이 없는 외계인이다. 남자 주인공은 효자가 아니라는 공식은 드라마 제작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이렇게 남녀가 다르니 결혼하기 힘들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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