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앓던 美 배우, 비극적 죽음…집 곳곳 ♥아내에 쓴 편지 '뭉클'

기억 잃어가면서도 아내에 감사·애정 표현…아내는 남편 불안할까 메모 습관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5.04.17 15:26  |  조회 925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95)과 그의 아내 뱃시 아라카와(64)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두 사람이 생전 나눈 다수의 손편지가 공개됐다. 사진 속 편지에서 해크먼은 아내 아라카와의 생일을 뒤늦게 축하하면서 생일상을 차릴 당시 도움을 청했던 것을 사과했다. /사진=뉴시스, 미국 산타페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95)과 그의 아내 뱃시 아라카와(64)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두 사람이 생전 나눈 다수의 손편지가 공개됐다. 사진 속 편지에서 해크먼은 아내 아라카와의 생일을 뒤늦게 축하하면서 생일상을 차릴 당시 도움을 청했던 것을 사과했다. /사진=뉴시스, 미국 산타페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95)과 그의 아내 뱃시 아라카와(64)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두 사람이 생전 나눈 다수의 손 편지가 공개됐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페이지식스'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는 고인이 된 해크먼과 아라카와가 살던 저택 곳곳에서 발견된 손 편지를 공개했다.

저택에서 발견된 손 편지는 대부분 해크먼이 생전 아내 아라카와를 위해 직접 쓴 것으로, 이들 부부의 깊은 애정과 소소한 일상, 생전 해크먼가 앓았던 알츠하이머의 그림자까지 담겨 있다.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95)과 그의 아내 뱃시 아라카와(64)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두 사람이 생전 나눈 다수의 손편지가 공개됐다. /사진=미국 산타페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95)과 그의 아내 뱃시 아라카와(64)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두 사람이 생전 나눈 다수의 손편지가 공개됐다. /사진=미국 산타페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
특히 아내 아라카와의 생일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 당사자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을 사과하는 내용이 담긴 짧은 편지가 눈길을 끈다.

편지에서 해크먼은 아내에게 "좋은 아침이에요. 생일이 며칠 지났지만, 생일 축하해요. 저녁에 생일상을 차리는 데 도움을 청했던 게 아직 미안해요. 그래도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리고 그 녀석들도요 -G"라고 적었다. 아내와 곁을 지킨 반려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해크먼은 아내에게 늘 고마움을 느꼈고, 그를 '사랑스러운 소녀'라고 부르며 애정을 표했다.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적는가 하면 편지 말미에는 거의 항상 "사랑을 담아, -G"라며 사랑 가득한 서명을 남겼다.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95)과 그의 아내 뱃시 아라카와(64)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두 사람이 생전 나눈 다수의 손편지가 공개됐다. /사진=미국 산타페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95)과 그의 아내 뱃시 아라카와(64)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두 사람이 생전 나눈 다수의 손편지가 공개됐다. /사진=미국 산타페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
아라카와 역시 남편 해크먼을 살뜰히 챙겼다. 집을 비우거나 방문객이 있을 땐 남편이 불안하지 않도록 자신의 행선지 등에 대해 상세한 메모를 남겼다.

아라카와는 "G! 진(반려견 이름)을 데리고 훈련소랑 동물병원에 다녀올게요. 식탁 위에 퍼즐 놔뒀어요. 곧 봐요. 사랑을 담아, -B"라는 메모를 남겼다. 요가 수업에 가거나 수리공이 집에 온다는 내용까지 일상적인 내용을 편지로 남겼다.

편지를 보면 해크먼은 "온수 욕조가 있는 곳 저쪽에 있는 그 건물로 내려가서 해야 할 일을 할게요. 내려가면 기억날지도 몰라요"라며 기억력을 언급하는 등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로를 위한 짧은 편지는 벽에 붙어있거나 식탁 위에 놓여있었고, 책장 구석이나 의자에 놓여있기도 했다.

해크먼 아라카와 부부는 지난 2월 2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크먼은 자택 출입문 근처에서 발견됐으며, 아내 아라카와는 얼굴이 퉁퉁 붓고 손발이 미라화된 채 욕실 바닥에서 발견됐다. 이들 부부의 반려견 중 한 마리는 아라카와의 시신에서 약 3m 떨어진 욕실 벽장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처음엔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됐지만, 가스 누출 흔적은 없어 이들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관심이 쏠렸다.

이후 아라카와는 설치류의 타액이나 배설물을 통해 퍼지는 드물지만, 치명적인 질병인 '한타바이러스'로 인해 지난 2월 12일 먼저 사망했고, 생전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던 해크먼은 아내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혼자 지내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해크먼의 사망일은 심장박동기 마지막 기록이 남은 2월 18일로 추정된다. 사인은 고혈압 및 심혈관 질환, 진행성 알츠하이머로 지목됐다.

진 해크먼은 1971년 영화 '프렌치 커넥션'과 1992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각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명배우로, 2004년 은퇴 후 아내 아라카와와 함께 조용한 여생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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