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탓" "사위 잘못" 부모들끼리 싸운다…요즘 '이혼 재판' 풍경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5.05.22 09:17  |  조회 1253
정현숙 이혼 전문 판사가 이혼 재판에 부모와 동행하는 부부가 많다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정현숙 이혼 전문 판사가 이혼 재판에 부모와 동행하는 부부가 많다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정현숙 이혼 전문 판사가 이혼 재판에 부모와 동행하는 부부가 많다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

지난 21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의 정현숙 판사가 출연해 MC 유재석, 조세호를 만났다.

이날 정현숙 판사는 이혼을 주례하는 판사로 소개됐고, MC 유재석은 "이혼 전문 판사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 정 판사는 "공식 명칭은 가사소년전문법관"이라며 "가정법원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이혼, 소년 가정폭력, 아동 폭력, 상속, 재산분할 등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 이혼 사건이 주를 이룬다고 했다.

정 판사는 '이혼 주례를 선다'는 표현은 가정법원 판사들 사이에서 쓰는 은어라며 "협의 이혼 절차에서 아내와 남편이 이혼 합의 후 법원에 오면 저희가 '양 당사자는 이혼에 합의한 게 맞습니까?'라고 묻는 절차를 그렇게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혼의 마지막 선언도 판사마다 다르다며 "저는 원고, 피고라 칭하지 않고 이름을 불러드린다. '지금 이 시간부터 아내와 남편으로서의 관계는 종료됐다. 다만 엄마, 아빠로서 새로운 협력 관계의 시작'이라고 선언한다. 이혼하는 이들에게 부모로서의 새로운 역할, 지위에 대해 말하는 게 이혼식에서 이혼 주례를 서는 거 같단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정현숙 이혼 전문 판사가 이혼 재판에 부모와 동행하는 부모가 많다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정현숙 이혼 전문 판사가 이혼 재판에 부모와 동행하는 부모가 많다고 전해 놀라움을 안겼다./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정 판사는 예전과 달라진 재판 풍경에 대해 "이혼 조정을 하면 젊은 부부가 부모님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들은 가만히 있고 부모들끼리 싸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 '내 자녀가 이런 취급 받고 살게 둘 수 없다'고 하면서 딸 둔 부모는 조정장에서 사위의 잘못된 점을, 아들 측에선 며느리의 잘못된 점을 얘기하면서 싸운다"고 설명했다.

정 판사는 "어떨 때는 변호인에게 '부모님 모시고 오지 마세요'라고 한다. '당사자들만 나올 수 있게 부탁드린다'라고도 한다"며 "'저 부모님들이 아니면 젊은 부부는 갈등을 잘 극복하고 살 수 있었을 텐데 부모님들 때문에 이혼하는구나' 싶어 가슴 아픈 사건도 있다"며 씁쓸해했다.

정현숙 이혼 전문 판사가 하루 이혼 소송만 50건 정도 진행하며, 협으 이혼은 하루 130건을 확인한다고 밝혔다./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정현숙 이혼 전문 판사가 하루 이혼 소송만 50건 정도 진행하며, 협으 이혼은 하루 130건을 확인한다고 밝혔다./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MC 유재석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이혼 건수가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젊은 신혼부부의 이혼율이 준 게 맞냐"고 궁금해했다.

정 판사는 "통계상으로는 그럴 수 있다. 요즘은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부부가 많다"며 "사실혼 해제로 인한 위자료, 재산 분할 사건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혼으로 분류되지 않아 이혼율 집계에서 누락되는 사실혼 해제는 늘고 있다고.

정 판사는 "일주일에 이혼 소송은 하루 50건 정도 진행한다. 협의 이혼은 하루 130건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이 워낙 많다 보니까 10분에 3건씩 진행한다. 한 건당 3분이다"라며 어마어마한 업무량을 전했다. 그러면서 "저도 처음 가정법원 왔을 때 '이렇게 이혼을 많이 하면 가정이 남아나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많더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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